(시행 6개월, 기로에 선 ISA)조남희 금소원 대표 “보여주기식 정책이 ISA 침체 원인”

실적채우기용 깡통계좌만 양산…“당국의 정착 평가에 동의 못해”

입력 : 2016-09-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 지도 6개월이 지났다. 출시 초기 ISA는 국민 재테크를 위한 ‘만능통장’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지만 현재 가입자수와 가입금액 모두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데다가, 일부 금융사에서 수익률 공시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신뢰도에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IS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뉴스토마토>는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를 만나 현재 ISA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조 대표는 금융당국이 업적을 남기기 위해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ISA 시행을 강행한 것이 ISA가 추진동력을 잃은 주 요인으로 지목했다.  또한 1~2% 수준에 불과한 수익률이 최소 3~4%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이 ISA 활성화의 필수 요소로 언급했다. 
 
 -시행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현재 ISA 모습은.
최근 금융당국은 ISA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안착되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체 계좌에서 1만원 이하의 ‘깡통 계좌’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7.1%에 달했다. 범위를 10만원 이하로 넓히면 78.8%까지 확대된다. 10만원 이상의 실질적인 투자 비중은 20%를 겨우 넘는 상황이다. 즉, ISA가 금융투자 상품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7월 들어 은행은 가입자수와 가입금액 증가세가 현저하게 정체됐고,  증권사는 ISA 가입자수, 가입금액 모두 감소세가 나타났다. 이런점들을 고려하면 제도가 정착되고 있다는 당국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ISA의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를 꼽는다면.
ISA가 국민 재테크를 위한 상품이라면 과거 비슷한 금융상품과 비교해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얼마나 되는지 면밀한 검토와 분석 후에 시행됐어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에서 업적을 보여주기 위한 상품이 되다보니 제대로 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이 판매됐다. 게다가 금융사들은 ISA를 자신들의 영업력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았고 마케팅으로 포장했다. 고객 입장에서 ISA에 가입하면 5년간 자금이 묶이는데, 현재 공시된 ISA 일임형 상품들의 수익률을 보면 기대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소한 3~4%의 수익률이 필요한데, 현재 공시된 일임형 모델포트폴리오(MP) 수익률울 보면 1%대의 상품이 대부분이다. ISA가 금융소비자입장에서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고, 실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가 최근 ISA의 침체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금융소비자원
 
-시행 초반 여러 혼란이 있었다
금융사들이 ISA라는 새로운 상품을 설계하고 만들어내야 하는데 제도가 급하게 추진되면서 준비할 수 있는 너무 짧았다. 게다가 일임형의 경우 막판에 은행에도 허용되면서 시스템 구축이나 전문인력 확보에 혼선이 빚어졌다. 금융사가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또한 금융사들이 실적에 매몰돼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임직원의 실적을 채워주기 위한 깡통 계좌가 양산됐다.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있다. 최근 일부 금융사에서 발생한 수익률 공시 오류가 발생했는데, ISA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었다. 다만, 이달초 공시 수익률을 검증할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한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ISA 시즌2 등 개선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서 기대했던 실적이 나오지 않으니까 가입대상을 확대하고 세제혜택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특히 세제혜택의 경우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기재부에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지금도 기재부 등 관련 부서와 협의하겠다고 한다. 신뢰성 있는 발언이라고 보기 힘들다. 당국에서 여러 방안을 얘기하고 있는데 자신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의도라는 생각마저 든다. 설령 가입대상과 세제혜택이 확대된다고 해도 ISA의 메리트가 크지 않기 때문에 현재 추세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고 본다. 
 
-ISA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면
현재보다 가입지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가입계좌수는 감소할 가능성이 더 크다. 금융사 임직원들의 권유에 의한 실적 채우기용 계좌들이 서서히 정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ISA의 경우 현재도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사들은 지금까지 확보한 고객들의 계좌를 내실있게 운영해 수익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방안들을 면밀히 분석한 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서민형을 제외한 상품은 의무가입기간이 5년인데, 줄어들 필요가 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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