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이른바 'FX 마진거래'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1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가로챈 불법 다단계 금융업체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근수)는 지난 21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과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김모(46)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외국 투자 수익으로 매달 1%~10%의 배당금 또는 원금을 보장한다고 속인 후 다단계 방식으로 1만2076명에게 총 1조960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딜러에게 투자금을 지원해 FX 마진거래 시 발생하는 중개수수료 수익으로 고율의 이익 배당이 가능하다면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사업 시작 이래 국내로 들어온 수익이 전혀 없고, 외국 딜러 확보가 어려워 국내 딜러 거래를 불법 중개하는 등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추진한다는 셰일가스도 유가 불안정으로 전망이 불투명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없는 것이 드러나는 등 검증되지 않은 투자를 강조한 전형적인 유사수신·사기업체의 영업 행태를 보였다.
실제 FX 마진거래 중개 실적이 미미한 상태에서 거래량이 조작되는 가짜 프로그램을 개발해 마치 수많은 딜러가 접속한 진짜 거래가 발생하는 것처럼 속인 신종 수법의 범행인 것도 드러났다.
그동안 피해자의 원금과 이익 배당에 사용된 4843억원 전액을 돌려막기로 충당했고, 다단계 모집책에게 지급된 수수료만 256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단계 영업 프로그램 개발 회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프로그래머 출신 김씨는 1인당 많게는 10명의 모집책에게 수수료가 정확히 배분되는 정밀한 다단계 구조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용했다.
앞서 김씨는 이미 FX 마진거래 투자를 가장한 유사수신업체를 운영해 672억원을 편취한 사건으로 2014년 9월 기소돼 최근 유죄가 확정됐고, 검찰은 판결 직후 압수수색과 함께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검찰은 사무실 금고에서 현금 209억원을 압수하고, A씨 명의 계좌에 보관된 피해금 681억원을 지급정지 조치해 총 890억원 상당의 피해금을 확보했다.
김씨가 체포된 이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18개 지점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해 현재까지 1명이 구속되는 등 경찰과의 협조로 모집책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복수의 외국 통화를 동시에 매도·매수해 환차익을 얻는 FX 마진거래는 소액의 증거금으로 거래하므로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는 투기성이 큰 상품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인에게 낯선 FX 마진거래의 수익 구조를 설명하면서 거래량을 조작한 프로그램을 시연해 피해자를 현혹한 사실을 밝혀냈다"며 "압수자료 등 분석으로 금원 사용처를 계속 확인하고, 관련자 공모 관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