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앞둔 재계 “소나기는 피하자”

대관, 국정감사 기간에도 손놓아…골프는 언감생심, 식사도 조심조심

입력 : 2016-09-26 오후 3:28:47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기업윤리학교 ABC'가 열려 김영란법에 대한 설명회가 진행됐다. 사진/전경련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재계의 속앓이가 깊어졌다. 홍보와 대관 등 대외 창구를 중심으로 사실상 손발이 묶이면서 비상이 걸렸다. 뾰족한 수는 없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는 식이다. 유권해석도 저마다 달라 혼선이 잡힐 때까지는 숨죽여 지켜보는 수밖에 없게 됐다.
 
홍보는 아직 큰 동요는 없어 보인다. 저녁식사 약속을 점심으로 대체하는 정도다. 언론도 부담을 느끼면서 약속 자체도 줄었다. 골프는 언감생심이다. 시범 케이스에 걸릴 경우 조직에 대한 피해는 물론 자리 보존도 어렵다. 다만 "업무 특성상 언론에 해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힘이 빠진다"는 말들이 나온다. 접대비 항목을 마케팅 예산으로 돌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어쨌든, 법 규정을 지키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는 결론이 섰다.
 
한 대기업 홍보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보여 내부에선 6개월이나 1년 정도는 지켜보자는 상황”이라며 “다들 몸조심하자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점심의 경우 식사비 3만원을 지키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며 "저녁 술자리도 언론에서 먼저 약속을 피해 전보다 횟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법 규정에 익숙해지면 약속을 잡는 일도 차츰 늘어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골프 약속은 일체 금지다. 대기업 중 골프장을 운영하는 곳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인 대상 영업 확대 방안을 짜는 등 고심이 커졌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대관이다. 대기업 대관 관계자는 “대관은 마비 수준"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와 인·허가 등에 대한 로비 활동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한 해 대관 인력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여야 할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도 대관력이 집중된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관이야말로 접대가 일상화되던 곳"이라며 "접대가 끊긴 대관은 시체나 다름없다"고 했다. 알음알음 알던 관계 중심으로 물 밑으로 숨어 음성화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관계자는 “공무원도 정보교류를 위해 기업 대관팀을 만나고 한다”며 “기존에 잘 알던 사람들끼리는 식사비 등을 조율해서 만나면 되는데, 새로 진입하는 대관팀은 그런 조율이 껄끄러워 진입장벽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법 규제나 인·허가 관련 로비 활동은 줄고 법리적인 접근 방식이 중요해질 것이란 계산에서다. 추후 김영란법 혼선이 빚어지면서 로펌의 일감이 늘어날 것이란 단순 계산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로펌이 기업의 위험 부담을 도맡아 대관 업무를 사실상 대신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정당국 등 힘있는 권력기관 출신의 인사 영입도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같은 관점에서 홍보대행사들의 일감도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언론과의 관계를 견고하게 구축해온 대형 홍보대행사들 중심으로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홍보 대행업체 관계자는 “아직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없다”면서도 "홍보대행사 역시 기업 홍보와 똑같이 법 적용을 받지만, 그래도 기업이 하기 어려운 일을 맡으면서 시장이 커질 것이란 기대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뉴스커뮤니케이션 등 최근 대형 홍보대행사들이 비리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된 점은 부담이다.
 
한편, 기업들은 김영란법에 대한 내부 교육 등을 진행하며 임직원 단속에 나섰다. 삼성 사장단은 지난 21일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법무팀으로부터 김영란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LG전자도 사내 온라인교육시스템을 통해 임직원들이 불법 사례를 숙지하도록 했다. SK는 위반 사례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배포했다. 임직원들의 법령 준수 서약을 받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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