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오는 10월1일로 시행 2년을 맞는다. 정부는 상호비방과 과다경쟁이 난무했던 통신시장의 안정화와 함께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자평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단말기 구입가격이 과거보다 비싸졌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과도하게 지출되던 마케팅비를 아껴 제 배만 불렸다는 비난을 사는 한편, 시장이 예전과 달리 침체되면서 속앓이도 깊어졌다. 주체별 입장을 통해 단통법에 얽힌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뉴스토마토 서영준기자] 단통법은 시행 전부터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에 따른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전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통신시장에 정부가 개입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빗발쳤다. 정부는 그러나 이통 3사의 불법 보조금 영업을 줄이고, 국민 대부분이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취지로 단통법을 시행했다.
단통법 시행 2년. 시장은 어떻게 변했나. 정부는 일단 통신시장의 안정화와 함께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지난 2013년 15만2792원에서 2014년 15만350원, 2015년 14만7725원 등 소폭이지만 매년 줄어들었다.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단통법은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고, 다양한 평가가 있었다"면서도 "이용자 차별 해소, 가계통신비 인하 등의 효과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가계통신비 인하와 함께 정부가 내세우는 단통법의 성과는 합리적인 소비문화 확산이다.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가 핵심이다. 단통법 초기 12%에 불과했던 요금할인율은 지난해 4월 20%로 조정돼 지금까지 동일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 요금할인은 최근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공시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할인 혜택이 커 가입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9월 기준으로 20% 요금할인을 선택한 누적가입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으며, 번호이동이나 단말기 교체 등으로 인한 중도 해지자를 제외한 순 가입자는 834만명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단통법의 성과에 주목하고 있는 데 반해 소비자들의 체감도와는 여전한 격차가 있다. 과거 발품을 팔면 공짜에 최신 스마트폰을 손에 쥘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단통법 시행 이후 이러한 기대감 자체를 가질 수 없어 소비자들의 불만은 높아졌다. 단통법을 놓고 "스마트폰 유통가격만 올려놨다"는 볼멘소리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실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를 교체한 경험이 있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80%는 단통법 시행으로 가계통신비 인하 등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48.2%가 과거와 비교해 가계통신비 변화가 없다고 했으며, 30.9%는 가계통신비가 오히려 늘었다고 답했다. 가계통신비가 줄었다는 응답은 11.0%에 그쳤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단통법 시행 이후 시장이 투명해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성과가 있지만, 지원금상한제 등으로 실질적인 가계통신비가 인하됐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단통법의 순기능은 유지하면서 지원금상한제 등 논란이 있는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도 분리공시제 도입 등 단통법 보완 요구는 빗발칠 전망이다.
단통법에 대한 정부의 만족, 소비자의 불만과 달리 이통업계는 속앓이 중이다. 이통 3사는 단통법 시행으로 과거처럼 불법 보조금 경쟁을 펼칠 수 없게 되면서 가입자 유치에 제한을 받고 있다. 이는 기존 시장구도의 고착화로 연결된다. 좁은 시장에 집착하는 제로섬 게임의 전형이다. 여기에다 가입자 유치에 사용하던 마케팅비를 줄이면서 영업이익이 상당부분 개선돼, 단통법이 이통 3사의 배만 불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통 3사의 마케팅비는 2014년 8조8220억원에서 지난해 7조8669억원으로 11% 줄었다. 이에 반해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은 3조5980억원으로 전년보다 87% 급증했다. 하지만 이들은 시장 상황이 특수했던 2014년을 제외하면 평년 수준의 마케팅비를 집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이통 3사의 마케팅비는 ▲2010년 7조8121억원 ▲2011년 7조3258억원 ▲2012년 7조7880억원 ▲2013년 7조9453억원 ▲2014년 8조8220억원 ▲2015년 7조8669억원으로 집계됐다. 각종 불법 보조금이 난무했던 2014년을 제외하면 2010년부터 5년 동안 7조원대의 마케팅비용이 지출됐다.
단통법 이후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시장 상황도 이통 3사의 애를 태운다. 단통법 시행 전이던 2014년 9월 일평균 번호이동건수는 2만6925건이었다. 법 시행 2년을 앞둔 올 9월 일평균 번호이동건수는 1만3412건으로 반토막 났다. 특히 소매 중심의 유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단통법 시행과 함께 용산 전자상가와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은 뚝 끊겼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시장 상황이 개선돼 활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