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48만원까지 해드릴게요."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강변 테크노마트 휴대전화 매장. 기자가 갤럭시노트7 구매를 망설이자 매장 직원이 승부를 보자듯 내놓은 답이다. 이 직원은 처음 갤럭시노트7 구매 문의에 53만원을 불렀다. 조정 끝에 가격은 48만원까지 내려갔다. 단 타 통신사로의 번호이동, 단말기 현금 완납, 월 6만원대 요금제 6개월 유지, 부가서비스 상품 2개 가입 등의 조건이 붙었다.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노트7 일반 판매 재개와
LG전자(066570)의 V20 출시 이후 첫 주말을 맞아 휴대전화 집단상가에서는 이 같은 불법을 손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갤럭시노트7의 출고가는 98만8900원이다. 번호이동을 가정하고 월 6만원대 요금제를 기준으로 하면 공시지원금은 15만원이다. 유통점에서 추가로 지급하는 15%의 지원금을 감안해도 81만6400원에 구매가 가능하다. 갤럭시노트7을 48만원에 구입하기 위해서는 불법 보조금이 33만원 이상 실려야 한다.
분위기는 지난 2일 찾았던 서울 구로구의 신도림 테크노마트도 비슷했다. 발품을 판 끝에 갤럭시노트7을 40만원 후반에서 50만원대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LG전자의 V20도 불법 보조금이 뿌려지는 정황이 포착됐다. 한 휴대전화 매장 관계자는 "V20을 50만원까지 해줄 수 있다"며 "신도림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가 불법 보조금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LG V20은 출고가가 89만9800원이다. 번호이동을 가정하고 월 6만원대 요금제를 기준으로 하면 공시지원금은 15만원으로, 갤럭시노트7과 같다. 추가 지원금을 고려해도 72만7300원은 지불해야 한다. 22만원 이상의 불법 보조금이 지원되는 셈이다.
일선 유통망에서 불법 보조금을 뿌려가며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는 지난달 이동통신 시장의 침체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이통업계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문제로 리콜이 단행되면서 시장이 일순간에 얼어붙었다. 9월 번호이동 건수는 총 36만6824건에 그쳤다. 일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1만3964건으로, 올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통 현장에서는 갤럭시노트7 재판매와 V20 출시를 계기로 9월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불법 보조금까지 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노트7은 판매 재개 직후 첫 주말 동안 3만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첫날인 1일 약 2만1000대가 개통됐으며, 2일에는 1만대 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V20도 하루 평균 5000~6000대 가량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애플의 아이폰7이 출시되면 불법 보조금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된 아이폰7은 오는 21일 국내 출시가 유력하다. 아이폰 시리즈가 과거 번호이동 대란을 불러왔던 주인공임을 생각하면 갤럭시노트7, V20과의 판매 경쟁은 불법 보조금 살포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신도림과 강변에서 불법 페이백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고, 고객도 이를 노리고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상우회 차원에서 페이백이 과다할 경우 자체 징계를 통해 영업정지까지 내리는 등 자정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휴대전화 매장 모습. 사진/뉴스1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