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신문 읽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대신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사람들만 가득하다. 요즘의 지하철 안 풍경이다. 이제 더 이상 이런 광경을 낯선 풍경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이 풍경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 신문 읽는 사람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른바 공짜 신문처럼 인식되었던 무가지 신문은 이제 찾아볼 수도 없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이른 바 ‘스마트폰 중독’에 젖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하철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거리에서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는 신호를 기다렸다가 길을 건너는 몇 몇 사람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다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된다.
마치 섬 같다. 사람들이 온통 섬 같다. 홀로 외롭게 이 도시를 떠도는 섬 같다. 다른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섬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이 대화 단절의 심화로 로 이어지는 작금의 상황과 결코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집에 살면서도 스마트폰으로 말을 걸고 답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적잖이 놀랐다. 밥을 먹으면서도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듯,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4인 가구의 월 통신료가 15만 원 정도라고 한다. 대화의 단절로 지불한 스마트폰의 식사비가 만만치 않은 금액으로 치솟았다.
이런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해 관심이 가는 것 중의 하나는 낮은 독서율이다. 물론 스마트폰 중독과 독서율 저하가 특별한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자료나 통계는 없다. 최근 e-book(전자책)으로 독서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양자의 상관관계는 더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종이책을 읽는 습관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독서율은 성인 65.3%, 학생 94.9%로 나타났다. 성인은 2년 전보다 6.1%, 학생은 1.1% 감소한 수치다. 2년 전과 비교한 것은 2년마다 조사하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성인 독서량은 2년 전과 비슷한 9.1권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독서율이란, 지난 1년간 1권 이상의 일반도서를 읽은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여기에서 일반도서란, 교과서, 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종이책을 가리키는 용어다. 성인 65.3%란, 성인이 1년간 책 1권 이상을 읽는 사람이 10명 중 7명이 채 안 된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보다 책을 별로 읽지 않는다는 것을 통계로 드러낸 셈이다. 더군다나 3개월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사람이 10명 중 6명꼴인 59.2%로 나타났다. 그 어떤 수치보다 부끄러운 수치다. 성인 독서율만 보면, 1994년 86.8%를 기록한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가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나라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럼 왜 이런 결과를 초래했을까.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독서율 저하의 원인을 보면, “경쟁적인 학업 및 취업 준비(대학생)와 사회생활(직장인) 등으로 대다수 성인들의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줄었고, 독서습관을 들이지 못한 것”이 성인 독서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스마트폰의 일상적 이용과 같은 매체환경의 변화”도 독서율 저하에 한몫 했다는 평가다.
통계는 또 OECD 가입국가의 연평균 독서율도 제시하고 있는데, 자료에 나타난 19개국 중 12위에 머물렀다. OECD 평균 독서율 76.5보다 떨어지는 74.4였다. 이 통계는 과연 우리나라 사람이 문화의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할 정도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대한민국은 점점 더 책을 읽지 않는 나라로 바뀔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하루빨리 책 읽는 나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정에서부터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학교와 직장에서도 독서가 권장되고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왠지 우리의 일상이 움츠려진 듯한 분위기에 혹여 책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풍습마저 위축될까 걱정된다. 무엇보다 책 읽기가 습관처럼 바뀌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책을 구입해서 선물하는 비용에는 예외 조항을 두는 발상을 한다면 어떨까. 국민은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책 읽는 인구와 책 읽는 시간의 감소는 당연히 글을 쓰는 인구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문화를 다시 살리자. 그것이 대한민국이 꽃을 피우는 나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독서의 계절이다. 지금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펼치자. 책을 읽으며 책갈피 속에 노랗게 익은 은행잎 하나 끼워두었던 추억이 되살아날 듯하다. 가을은 깊어만 간다.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일본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