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개헌론까지 집어삼키는 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정부의 국정운영이 사실상 마비됐다. 여소야대 국회라는 구조적 문제에 더해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 여론까지 악화하면서 기존에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던 정책들도 모두 ‘올 스톱’ 될 위기다.
특히 정부가 연내 입법을 목표로 뒀던 노동개혁은 물론, 4대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던 공공·금융·교육개혁도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혁에는 명분과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구조가 되면서 여당은 힘을 잃었다”며 “그렇다면 명분을 갖고 국민 여론에 호소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국민이 들어주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고 시기적으로도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4대 개혁 중에서도 처리 전망이 가장 어두운 분야는 노동이다. 개혁의 전제인 5개 노동관계법 개정에 야권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데다, 정기국회가 최순실 청문회 양상을 띠면서 법안심사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국회가 정상화한다고 해도 야권이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등에 업고 지금보다 강경기조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올해가 지나면 대선국면에 접어들어 쟁점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노동계의 반발도 위기요인이다. 한국·민주노총은 기존 성과연봉제 투쟁에 ‘최순실 게이트’를 연계하면서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성과연봉제 확산에 제동이 걸리는 데 더해, 앞서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던 기관들 중 일부에서 전면 재협상을 전제로 성과연봉제 도입 결정이 무효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혁이란 건 다른 분야가 정상일 때 가능한 얘기다. 국가가 없어지고 있는 상황에 개혁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국민이 느끼는 분노와 상실감, 박탈감을 고려하면 대통령은 이미 국민의 마음속에서 직무정지 상태다. 지금은 국정마비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얘기할 단계”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