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아이가 조용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의심된다며 진료상담을 한 적이 있다. 보호자에 의하면 아이가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행동이 좀 분위기를 맞추지 못하고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아이는 초등학생으로 담임 선생의 평가에 의하면 설명해 줄 때는 이해를 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다시 확인해보면 처음 듣는 이야기인 듯 생소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이로 인해 학습에 문제가 많은데 아이가 집중을 못해서 생기는 ADHD 증세로 의심된다고 진료를 권유했다고 한다.
부모에 따르면 아이 자체는 산만하지 않다. 다만 호기심이 많고, 친구들에게 좀 엉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며, 학습능력은 중간 정도인데 글의 주제나 중심내용 파악이 잘 안되고 또래보다 어린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잘 아는 내용도 때로는 머릿속에서 꺼내 쓰는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머릿속이 정돈이 안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한다. 아주 특징적인 것으로는 아이가 어릴 적에 기어다니지 않고 굴러 다녔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아이의 부모는 ADHD를 의심해 상담을 했지만 이런 경우는 ADHD보다는 오히려 언어가 가능한 자폐증 즉 '아스퍼거증후군'인 경우가 많다. 아스퍼거증후군의 경우는 지능이 좋다는 잘못된 편견이 있는 듯하다. 그러므로 아동이 보여주는 학습장애 경향이 있을 경우 아스퍼거를 의심하기 보다 ADHD가 원인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아스퍼거증후군으로 학습장애가 있는 경우도 많다. 특히나 언어자체가 유창하며 학습장애가 있기에 비언어적학습장애라는 병명이 아스퍼거증후군의 또 다른 이름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아스퍼거증후군의 경우 학습능력이 높은 경우보다는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아동이 더 많았다.
이런 아동들의 대부분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설혹 어울린다고 해도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언어 자체는 유창한데 뭔가 모르게 말투가 유아적이며 눈치 없이 자기 필요한 말만 해대기도 한다. 게다가 매우 특징적인 현상은 아동의 감각상에 처리장애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걸음이 늦거나 뛰기, 자전거타기가 서툰 경우가 많다. 단지 운동신경이 느리다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불안정한 신체 놀림을 보인다. 앞에서 말한 아이가 유아시절 기지 않았다는 것도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감각처리장애의 일종으로 보인다.
아동의 사교성과 사회성이 떨어지고 친구와의 놀이에 서툴고 학습에서 이상현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단지 지능문제나 ADHD 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스퍼거증후군도 강력하게 의심해봐야 한다. 그리고 조기에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진행해야 아이의 사회적 능력도 향상될 수 있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방병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 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 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현) 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전) 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