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60·개명 최서원)씨에 대한 의혹으로 수사가 임박한 박근혜(64) 대통령이 4일 검찰에 고발됐다.
참여연대는 이날 박 대통령과 최씨를 공무집행방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외교상기밀누설, 공무상비밀누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직권남용, 뇌물죄, 포괄적뇌물죄, 제3자뇌물죄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고발 대상에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대통령실 관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 7명이 포함됐다.
참여연대 집행위원 김성진 변호사는 이날 고발장 제출 전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최순실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준 권한과 직무를 그대로 최순실에게 넘겼다"며 "이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고, 이 과정에서 실정법 위반이 다수 확정됐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사실은 이미 박 대통령이 스스로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잘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증거가 명백하고, 박 대통령의 자백도 있다"며 "그렇다면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만 없을 뿐이지 이미 박 대통령의 행동은 바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과 다름없는, 실체적으로 유죄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이 고발장은 44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고, 그중에서도 뇌물죄가 핵심"이라면서 "그런데 검찰은 뇌물죄는 전혀 수사하지 않으면서 입증하기도 어렵고, 처벌도 별로 되지 않는 직권남용과 사기미수를 최순실과 안종범에게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대통령에게도 그 정도 선에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철저히 조사하지 않고 서면으로 흉내만 낸다면 그 수사는 무효인 것"이라며 "지금 바로 퇴진해서 검찰 수사를 제대로 받든지, 아니면 수사를 받아 그 결과로 사퇴하든지가 국민 여론"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전 모금에서부터 인사, 사업 등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특히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직접 재벌 회장들을 두 차례 만나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을 요구했다고 밝히고 있고,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도 검찰 수사에서 청와대가 모금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 안종범, 이승철, 최순실 등이 두 재단을 통해 대기업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이는 뇌물수뢰죄의 공모공동정범에 해당한다"며 "또 권오현 등 재벌기업 대표들과 박 대통령과 독대한 이재용 등 재벌총수들이 박 대통령 등에게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모금이 이뤄졌던 당시 노동개혁5법,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전경련이 요구하고, 경제정책들이 추진됐다"며 "정부와 새누리당은 전경련의 요구에 부응해 입법처리를 강행하려 했고, 이를 위해 대통령이 앞장서서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롯데그룹에 대한 호혜로운 수사나 SK와 CJ그룹 재벌총수에 대한 사면과 복권, 삼성의 3세 승계, 두산그룹과 신세계의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등도 있었다"며 "박 대통령, 안 전 수석 등이 재벌총수 등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뇌물을 공여하게 했다는 혐의가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최씨에게 연설문 등 국정 관련 자료를 제공한 것에 대한 대국민사과 이후 열흘 만인 이날 오전 이번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최씨 사태에 따른 사실상 국정 마비 상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필요하면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과 함께 특별검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달 31일 최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던 중 긴급 체포한 최씨를 지난 3일 직권남용·사기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최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수본에 따르면 최씨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관련해 다수의 대기업이 각각 486억원과 288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다.
최씨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자신이 운영하는 더블루케이가 에이전트 계약을 맺도록 하고,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씨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더블루케이가 K스포츠재단에 4억원과 3억원 등 총 7억원의 연구용역을 체결하려다 실패하는 등 사기미수 혐의도 적용됐다.
특수본은 지난 2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다 긴급체포한 안종범(57) 전 대통령실 정책조정수석에 대해서도 이날 오전 최씨의 범죄에 모의하는 등 같은 혐의로 사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참여연대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형사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