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외국인 노동자를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일자리 대체가 아닌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23일 세종대학교에서 개최한 ‘외국인력정책 국제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산업인력공단의 사명철 박사는 고용허가제의 역효과로 ▲장기화한 체류기간에 따른 귀국 문제 ▲사업장 변경에 대한 반발과 일부 노동자의 악용 ▲산업 경쟁력 확보와 구조조정 사이의 간극 ▲내·외국인 임금격차 발생과 내국인 일자리 침해 등을 지적했다.
사 박사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는 2004년 베트남 등 6개국을 시작으로 도입돼, 내년이면 올해 송출협정을 맺은 라오스까지 도입국이 16개국으로 확대된다. 질적으로도 2005년 한국어능력시험 도입, 2011년 외국인 노동자 직업능력개발훈련 도입, 2012년 기능수준평가 도입, 2016년 선발포인트제 시범도입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배정시기가 1년에 3~4회로 고정돼 개별 사업장 단위에서 인력공백이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고, 업종별 도입체계에 따른 직무별 인력수급 불일치 문제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사 박사는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노동시장의 인력수요에 가장 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이제는 외국인력 도입에 따른 내부 공급자 측의 여건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최대 9년 8개월까지 체류가 가능해 일부에서 정주화 문제가 발생하고, 저숙련 일자리를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면서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저숙련 일자리 대체 현상은 해당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저숙련 일자리에서 외국인력이 확대되면 이들 집단은 임금상승을 억제해 노동시장의 임금결정에 교란을 불러오고, 내·외국인력 간 임금격차를 심화시킨다. 결국 저숙련 일자리에서 노동력 대체는 더욱 가속화하게 된다.
여기에 사회 내부의 외국인 증가는 그들의 유입·체류 등에 따른 행정적 비용도 증가시킨다. 이 때문에 고용부담금제 검토, 보용보험 수수료 현실화 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 박사는 “제도의 지속적인 국가 발전에 대한 기여와 내·외국인 간 상생을 위한 건설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고용허가제의 기본원칙은 외국인력 선정·도입·체류 지원의 투명성 확보, 산업 구조조정 저해 방지, 내국인 일자리 잠식 방지, 내·외국인 간 차별금지 및 균등대우, 비전문 인력의 정주화 방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다섯 가지의 기본원칙에 충실한 사회 각계의 논의와 토론, 학계의 연구 및 제도 개선 등이 이뤄진다면, 고용허가제는 향후에도 국가 발전과 내·외국인 상생을 모두 이루는 중요한 제도로 더욱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나놀로 아벨라 옥스퍼드대학교 이주연구소 교수, 조세프 리 대만 국립중앙대학교 교수, 싸란 짜른쑤완 주한태국 대사 등이 발표자 및 토론자로 참여했다.
박영범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글로벌화로 인한 국가 간 인력이동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고용허가제가 더욱 성숙할 수 있도록 외국사례를 참고하여 내실을 다져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노동 3권 쟁취 이주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쟁취 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