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구속 기소)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요청한 대면조사에 대해 박근혜(64) 대통령이 결국 거부 의사를 전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54) 변호사는 28일 "대통령께서는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대한 수습방안 마련과 내일까지 추천될 특검 후보 중에서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변호인으로서는 어제 검찰에서 기소한 차은택씨와 현재 수사 중인 조원동 전 경제수석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준비를 감안할 때 검찰이 요청한 29일 대면조사에는 협조할 수 없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번 수사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위해 지난 15일 또는 16일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요청했지만, 유 변호사는 변론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다. 최씨 등에 대한 기소 전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18일 대면조사 요청도 거부한 유 변호사는 20일 최씨 등의 구속 기소와 함께 박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된 이후에도 "부당한 정치 공세"라면서 응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지난 23일 박 대통령을 상대로 오는 29일까지 대면조사를 받으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최씨, 차은택(47·구속 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의 혐의에 박 대통령이 공범 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씨와 안종범(57·구속 기소) 전 정책조정수석은 전국경제인연합회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한 출연금 총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의 출연금이 대가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추진에 주력해 왔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포스코(005490)를 상대로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한 후 더블루케이가 매니지먼트를 맡도록 하고,
KT(030200)를 상대로 최씨와 차 전 단장의 측근을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한 혐의에도 관여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박 대통령은 CJ그룹의 인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원동(60) 전 경제수석에 대한 조사에도 대비하고 있다. 조 전 수석은 한 언론이 공개한 녹음파일에서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VIP의 뜻"이란 말로 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는 취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21일 조 전 수석에 대해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24일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39일째 국정 논의를 위한 회의를 열지 못하는 가운데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경찰경비대가 경비를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