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을 때 입 안에 염증이 생겨서 음식을 먹지 못 했다. 의사는 체중이 빠지면 위험하니까 체중을 늘리라고 해서 눈물이 떨어진, 울면서 밥을 먹었다.”
경기 안성시에서 농사를 짓던 임현용(55·남·가명)가 32년간 담배를 피운 대가는 구강암 진단이었다. 젊은 시절 자신이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임씨는 40대 때 뇌경색을 앓으면서도 담배를 끊지 않았다. 하루 30~40개비. 수차례 금연을 시도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친구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일 때면 습관처럼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던 그가 담배를 끊은 건 5년 전이다. 혈관에 문제가 생겼는지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 만큼 어지러웠다. 하지만 담배를 끊고 몇 해가 지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음식을 삼킬 때마다 혀가 아파 2개월간 동네 의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큰 병원으로 가게 됐고, 그곳에서 구강암 진단을 받았다. 혀의 3분의 1을 도려내고 그 자리에 허벅지 살을 붙였다. 눈물로 밥을 삼키며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혀는 제 혀가 아니다. 병원에서는 치료 후 1년은 돼야 혀를 제대로 쓸 수가 있다고 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음식을 삼킬 때마다 불편함을 견뎌야 한다. 그는 “구강암 판정 때 내 인생이 끝나나보다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다시는 경험하기 싫은 지옥을 다녀온 임씨는 최근 금연광고를 찍기로 결정했다.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줄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는 22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담배는 백해무익하다. 피우지 말길 바란다”며 “흡연은 질병이고, 치료는 금연이다. 절대 담배 피우지 말라”고 호소했다. 가장이 겪은 고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왔던 가족들도 임씨의 광고 출연을 말리지 않았다고 했다.
임씨는 고물상을 운영하면서 직장에 다니는 둘째 아들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다. 투병 전 들어놓은 보험이 없었던 그는 항암치료를 하면서 그동안 벌어놓았던 돈을 다 쓰고 형제들의 도움을 받았다.
임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됐다는 우쭐한 기분에 멋있어 보이려고 담배를 피우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때로 돌아간다면 담배를 다시 피울지 모르겠지만, 이 기억을 가지고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피우지 않을 것이다. 옆 사람도 못 피우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2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6 건강서울페스티벌을 찾은 한 시민이 금연 부스를 찾아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