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26일 홍완선(60)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홍 전 본부장을 업무상배임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전 본부장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개최 요구와 합병 반대 요구에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도 개최하지 않은 채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찬성했다. 이후 양사의 합병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중요한 계기가 됐지만, 정작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은 59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9시17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자리에서 양사의 합병에 찬성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특검에서 가서 열심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문형표(60) 국민연금 이사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지시 없었다"고 대답했고, 청와대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는지, 국민연금이 손해를 봤다는 의견에 동의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아무런 답변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이날 직권남용과 업무상배임 혐의로 문 이사장과 김진수(60)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주거지 등 3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한 이후 문 이사장을 소환해 관련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홍 전 본부장은 지난달 23일, 문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특히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관련한 특검의 수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최순실(60·구속기소)씨 모녀를 상대로 삼성그룹이 자금을 지원한 것에 관한 대가성 규명에도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수사 준비 기간인 지난달 23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 본부, 서울 강남구 기금운용본부, 서초구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홍 전 본부장의 사무실 등 총 4곳을 압수수색하면서 해당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예고했다.
삼성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총 204억원을 지원했다. 최씨와 최씨의 딸 정유라(20)씨 소유의 독일 법인 비덱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하는 등 그동안 정씨의 말 구매, 승마 경기장, 전지훈련 등을 위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최씨의 조카 장시호(37·구속기소)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총 16억28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앞서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지난달 15일 박근혜(64) 대통령과 최씨,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박상진
삼성전자(005930) 사장을 뇌물공여 또는 제3자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업무상배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회사 자금을 유용한 다음 그 돈을 뇌물로 제공해 대통령이 가지는 정치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하도록 돈으로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회장은 구 삼성물산의 주식이 없는 상황에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으므로 제일모직의 합병가액에 대한 구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의 비율이 낮게 산정될수록 유리한 상황이었다"며 "이에 당시 구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였고, 이를 위해 당시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기금이사를 합병 주주총회 직전에 직접 만나는 등 로비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