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서울 강남에서 전시기획업을 영위하는 A 업체는 한 대학교와 산학협력을 체결해 매년 회사의 성수기(2·8월)에 맞춰 산학실습생을 사용했다. 하지만 별도의 교육·훈련프로그램이 없었으며, 실습 내용도 서류분류, 전화응대 등 단순·반복적인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이 업체는 약정된 실습기간(4주) 외에 1주간 추가로 실습생을 사용하고 휴일근로를 시키면서 월 49만원의 교통비만 지급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실습생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해 최저임금 미지급 등 총 243만7440원을 적발, 시정 조치했다.
고용부는 올해 하반기(9~12월) 열정페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인턴 등 일경험 수련생을 채용하는 345개소 중 59개소(17.1%),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을 사용하는 155개소 중 22개소(14.2%)에서 최저임금 및 연장근로·연차수당 미지급을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감독은 고용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인턴(일경험 수련생) 보호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점검해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실습생·견습생·인턴 등 명칭에 상관없이 교육훈련 목적이 아닌 일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인턴 등의 수련기간 및 수련시간은 각각 6개월, 주 40시간(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위반 내용별로는 연장·연차수당 미지급이 401명(인턴 등 250명, 특성화고 현장실습 64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장·연차수당 미지급 사업체에는 공공기관도 9곳(40개소 중)이 포함됐다. 공공기관의 경우 대부분 연차수당 미지급으로 적발된 사례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차수당 미지급은 악의보다는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의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미지급 인원도 113명(인턴 등 100명, 특성화고 현장실습 13명)이나 됐다.
일반 근로자를 포함한 감독에서는 총 500개소 중 434개소(86.8%)에서 1484건의 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1020건이 시정 완료되었으며 464건은 시정 중이다. 유형별로는 임금 등 금품 위반이 329개소(65.8%)로 가장 많았다. 체불 규모는 9404명(52억7000만원)이었다. 89개소(17.8%)에서는 서면근로계약 위반 등으로 과태료 8400만원을 부과 받았다.
고용부는 가이드라인 발표 등에 따라 합법적 인턴 사용이 늘고 있으나, 일부 사업장에서 인턴 등을 노동력 활용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여전히 법을 위반하고 인턴 등의 채용을 줄이고 있어 지속적인 감독 강화와 함께 관련 부처와의 공동 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고용부가 최근 발표한 유명 프랜차이즈 감독, 기초고용질서 감독, 열정페이 감독 등 3대 감독(총 4865개소)에서 적발된 임금체불 규모는 6만695명(182억47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불 사업체 비율은 46.3%(2252개소)로 전체 감독 대상의 절반에 육박했다. 이와 관련, 고용부는 내년 경기상황과 맞물려 임금체불 등 근로자의 근로조건 침해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관련 정책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올해 전반적인 근로감독 결과를 바탕으로 1월 중 2017년도 근로감독계획을 수립·발표하고,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해 최저임금·임금지급을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기업을 공개하는 제도 도입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패션노조·알바노조·청년유니온 등 관계자들이 지난 3월2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열정페이 규탄 청년, 노동, 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