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IT서비스 기업들은 올 한 해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분주히 뛰었다. 영업이익률이 낮고 물량이 한정적인 기존의 시스템통합(SI)이나 시스템유지보수(SM) 사업으로는 더 이상 회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 이들은 인공지능(AI)·클라우드·물류 BPO(업무처리아웃소싱)·에너지 등의 신사업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왼쪽부터) 장동현 SK주식회사 신임 대표, 김영섭 LG CNS 대표, 정유성 삼성SDS 대표. 사진/뉴시스, LG CNS
"2017년은 AI"…IBM 손잡은 SK㈜ C&C
SK㈜ C&C는 새 먹거리로 AI와 물류BPO를 꼽았다. 이를 위해 IBM과 손잡고, IBM의 AI 엔진인 ‘왓슨’의 자연어 처리 기술을 채용한 자체 AI 서비스 ‘에이브릴’을 지난 5월 선보였다. AI 서비스를 위해서는 자연어 처리 외에 머신러닝(기계학습)과 데이터마이닝(대용량의 데이터 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는 SK㈜ C&C가 맡고 있다.
에이브릴의 데이터마이닝 기능은 계열사인 SK하이닉스에 적용했다. SK㈜ C&C는 지난 9월 SK하이닉스의 문서검색 시스템에 에이브릴을 도입했다. 또 에이브릴을 적용한 고려대병원과 감염병 예방 서비스, SM엔터테인먼트과는 개인비서, AI생명과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SK㈜ C&C는 AI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물류BPO 사업도 시작했다. 지난 11월 중국 홍하이 그룹 팍스콘의 물류 자회사인 저스다와 함께 융합 뮬류 합작사 ‘FSK L&S’를 설립했다. FSK L&S는 물류 솔루션 브랜드 ‘캐롤’도 선보였다. FSK L&S는 캐롤을 팍스콘의 수출 물량 관리에 적용하면서 향후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SK㈜ C&C는 2017년 인사를 통해 수장을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으로 교체하며 기존의 1사2체제에서 단일체제로 전환했다.
LG CNS, 에너지 사업 '집중'…스마트에너지사업부 신설
LG CNS는 에너지 사업에 힘을 쏟았다. 그룹 차원에서 에너지 사업을 자동차 부품과 함께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구본무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자동차 부품과 신에너지 분야처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에 자원을 집중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LG전자의 태양광 패널, LG화학의 배터리와 LG CNS의 에너지 관리 기술 등이 결합해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
LG CNS가 지난 9월 수주한 제주 풍력발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설치·운영 사업이 계열사간 협업의 대표적 사례다. 풍력연계형 ESS에 LG CNS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뿐만 아니라 LG전자의 전력변환장치(PCS)와 LG화학의 배터리가 함께 투입됐다.
LG CNS는 내년에도 에너지 사업에 전력을 쏟는다. 2017년 조직개편을 통해 현재 전략사업부를 에너지·사이니지·스마트빌딩 영역을 맡는 스마트에너지사업부와 O2O(온라인투오프라인)·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의료 등을 담당하는 미래신사업부로 재편했다.
삼성SDS, 1년 내내 '분할' 이슈로 몸살
삼성SDS는 올해 내내 회사 분할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6월 이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 시장의 불안과 추측을 키웠다. 정확한 결론은 여전히 미궁이다.
삼성SDS는 지난 2013년 국내 공공·금융 SI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이후 물류BPO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웠다. 자체 물류BPO 솔루션 '첼로'도 선보이며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해외 수출 물량을 주로 맡았다. 매출 비중에서도 물류BPO는 점점 늘어나, 지난 3분기 40%를 넘어섰다. 하지만 회사 분할 이슈가 불거지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됐다. 미국·중국 등 해외법인은 물류사업의 분리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방침도 삼성SDS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IT서비스 부문은 삼성전자로, 물류BPO 부문은 삼성물산으로 합병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아직 임원인사 및 내년 조직개편도 단행하지 못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