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탄핵 정국에서 선제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일관성 있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지지율이 10% 내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지지부진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의 진원지였던 호남에서의 지지율조차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안 전 대표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안 전 대표는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향후 진로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우선 안 전 대표가 올해 대선레이스를 완주할지 여부가 의문거리다. 이 부분에 대해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4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대선에서 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를 놓고 다른 대선주자와의 단일화나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선 본선에 뛰어들지 여부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안 전 대표는 일단 “친박(박근혜)·친문(문재인)으로 대표되는 양극단 기득권 세력과의 단일화는 절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이 같은 입장과 맞닿아 있다. 야권의 선거공학적인 단일화 관행에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도운 사람은 절대 안 된다”며 새누리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긋고 있다. 야권 성향이 강한 호남 민심을 의식해 야권 대선 주자로의 정체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세력 확대를 위해 기존 보수세력과의 연대가 불가피한 것은 안 전 대표의 딜레마다.
이 때문에 개혁보수신당(가칭)과의 연대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됐다. 안 전 대표 측도 신당과의 연대에 대해 크게 부정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 측은 “단순하게 (신당과) 연대할 수 있다. 없다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비박(박근혜)계 의원이 중심인 신당이 국민들에게 참회하고, 야당의 개혁입법 추진에 동참한다면 정치세력으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내 호남 의원들은 안 전 대표 외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의 반기문·안철수 연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이 같은 시나리오가 추진되려면 반 총장이 박 대통령과 어느 정도 선을 그으면서, 국민의당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에서도 반·안 연대를 추인해주는 여론이 형성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 측은 “반 전 총장이 지금 정치를 할지, 안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반 전 총장이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직접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들어보고 (연대 가능성을) 말씀을 드리는 게 적절하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다만 손 고문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안 전 대표가 직접 손 고문에게 국민의당에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29일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서 드러났듯 국민의당이 일부 호남 의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안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일단 낮아 보인다. 안 전 대표 측은 “근거없는 추측”이라며 “탈당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정체성도 야권 지지자에게 의심받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안 전 대표는 항상 야권 대권주자로서의 ‘정통성’을 확보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성식, 이상돈, 이태규 의원 등 새누리당 출신 의원들이 당내에 있는데다가 기업가 출신인 안 전 대표의 정체성이 정통 야권의 정체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 측은 “김성식·이상돈·이태규 의원 등은 이른바 수구 보수세력이 아니라 합리적인 보수에 가깝게 서 계신분들”이라며 “오히려 개혁보수신당에 계신 분들하고 인연이 있을 것이다. 이미 분당된 새누리당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해 10월 부산 남구 부경대 대연캠퍼스 본관 2층 대회의실에서 ‘4차 산업혁명과 우리의 미래’를 주제로 한 특강을 하기 위해 강단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