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부터 가격 인상한다고 했지만 지금 주문해도 적어도 출고까지 2~3달은 기다려야 하는걸요. 이렇게 되면 2월부터가 아니라 1월부터 인상된 셈이죠."
만만한 게 소비자라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벤츠 등 수입차업체들이 자동차값 인상 움직임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판매는 늘어나는 데 불구하고 값을 올린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보답하기 보다는 돈을 벌 때 바짝 벌어들이겠다는 심산이 짙어보인다.
지난해 팔린 수입차 4대 중 1대(점유율 25.01%)가 벤츠일 정도로 한국시장에서 판매 고공행진 중에 있다. 특히 벤츠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신형 E클래스는 한국에서 없어서 못 파는 인기차종이다. 특히 지난해 BMW를 처음으로 누르고 수입차시장에서 1위에 등극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벤츠는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 처음으로 2월부터 차 값을 대폭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인상을 앞두고 그 전에 차량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벤츠전시장을 방문했지만 매장은 평소와 다를바 없었다. 그 이유는 지금 차량 계약을 하더라도 출고까지 약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결국 차량을 인도 받을 때 차액 만큼 더 입금해야한다. 작년 계약분도 2월에 받으면 차액을 더 내야한다.
무엇보다 벤츠 측에서 밝힌 가격인상 이유와 현장 판매사원이 말하는 이유가 상이하다. 벤츠는 물류비용과 원자재 가격상승, 물가 인상분 반영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현장 영업사원들은 블랙박스 탑재 의무화로 인해 가격이 인상된다고 전했다. 한 벤츠 딜러사원은 "블랙박스 관련 문제가 많아 독일에서 출고시 직접 장착해 출고될 예정으로 블랙박스 가격분만큼 인상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딜러의 재량으로 벤츠 스타뷰 블랙박스를 무료로 장착해주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딜러들이 무료로 제공했던 것을 다음달부터 PDI 센터에서 달아주는 것으로 바꾸면서 값이 오른다는 설명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벤츠의 가격인상이 경쟁업체까지 미치지 않을 까 하는 우려다. 통상 선두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하위업체들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덩달아 인상하는 경우가 많다. 그간 물가 인상에 눈치를 보던 업체들도 따라서 올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인상계획이 없다고 할지라도 앞으로 어떤 이유를 들어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수입차는 사치품이 아닌지 오래다. 국내 완성차와의 값이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수입차 물가 인상을 좌시해서는 안된다. 기존 완성차업체가 값을 올리면 정부가 개입해 물가 인상을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수입차의 경우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딜러가 값을 깍아주는 범위가 제각각이고 파악하기 어렵고 사치품이라는 고정관념에 바가지 써도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수입차업계는 석연찮은 이유를 내세워 틈만 나면 가격 인상을 모색할 게 아니라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한국의 가격정책을 가져가야 할 것이다. 이익을 많이 거둔 나라에 오히려 사회공헌 등으로 이익을 환원해야하는데 수입차업체들은 자국의 주주들에게 고율의 배당은 하는 반면 국내 공헌은 중소기업만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