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에 공 넘긴 특검, 청와대 압수수색 '판정승'

불승인 사유 제출권자인 대통령비서실장 상급자
승인 요청 거부시 '박근혜 보디가드' 꼬리표 못 떼

입력 : 2017-02-03 오후 3:45:42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청와대 압수수색 첫날 경내 진입에 실패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에게 압수수색 승인을 요청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규철 특별검사보(대변인)는 3일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는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에서 제출한 것"이라며 "형사소송법 110조 등을 근거로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사유를 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청와대가 계속 압수수색을 거부할 경우 대통령비서실 상급자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정식 공문을 보내 청와대 압수수색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0월29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도 청와대의 불승인 사유서 제출에 막혀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고 자료를 임의 제출 받는 선에서 끝났다. 그러나 당시에는 피의자 신분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전이어서 사실상 청와대 거부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러나 특검팀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한 공을 황 대행에게 넘기면서 청와대로서도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됐다. 황 대행이 최근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팀의 청와대 압수수색 승인 요청을 거부할 경우 여론의 집중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여야 모두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 제출을 두고 청와대를 한 목소리로 집중 공격했다.
 
황 대행이 대선행보에 전혀 뜻이 없다고 하더라도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결정은 쉽지 않다. 가뜩이나 ‘박근혜의 남자’로 각인 된 황 대행으로서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보디가드’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게 된다.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 치명적이다.
 
비슷한 고비는 한번 더 남아있다. 특검팀은 오는 28일 만료되는 1차 기간을 연장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검법상 수사기간 연장은 기간종료일로부터 3일 전에 하게 돼있다. 황 대행이 특검의 수사기간을 연장해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자신을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까지 끌어 준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전적으로 반영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대한변협 전 수석대변인인 노영희 변호사는 “비록 이번에 청와대 압수수색에서 철수했지만 특검팀으로서는 예견된 결과였다”며 “특검팀으로서는 판정승을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황 대행은 지난해 12월21일 국회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협조하겠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특검에 협조하겠다. 요청이 있으면 실무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사회적 약자 보호 관계 장관회의가 열린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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