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3일 청와대의 거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못했다. 압수수색에서 철수한 특검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압수수색 협조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10시 민정수석비서관실을 비롯한 각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와대 관계자에게 제시했으나, 오후 2시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를 근거로 불승인 사유서 제출받았다"며 "청와대가 군사시설이고, 공무상 비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영장의 집행 장소 대상을 최소한으로 했음에도 불승인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제출한 사유서에 대해 상급기관이라고 판단되는 대통령 권한대행에 (압수수색 불승인의) 부적절한 점을 제시하면서 협조 요청을 정식 공문으로 요청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상 청와대가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거부하면 실질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다"며 "법리적 맹점이 있어 민사소송법상 가처분도 힘들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추진한다. 이 특검보는 "압수수색을 통한 자료 제출 여부와 관계없이 대면조사는 일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 제기된 뇌물,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방침을 계속해서 주장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는지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 특검보는 "불승인 사유서에는 어떠한 국가의 이익을 해치는지 나와 있지 않다"며 "그 부분에 대한 해석 여부가 청와대 아닌 제3의 기관이 판단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것이 과연 공무집행방해인지, 체포 대상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특검이 검토해 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보통 7일인 압수수색영장의 유효기간과 달리 이번 영장은 집행 논란으로 시일이 지연될 수 있는 점 등이 고려돼 오는 28일까지 유효하다. 다만 특검팀은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면 임의제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특검보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여러 범죄 혐의 관련 서류를 받는 것이 목적"이라며 "세부적으로 받아야 할 목록을 갖고 있어 필요한 자료를 낸다면 임의제출도 고려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와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알선수재 혐의 등과 관련해 이날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대가로 최씨에게 총 430억원 상당의 뇌물을 전달한 혐의와 최씨가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대가로 현지 업체 M사의 지분을 혐의를 수사 중이다.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한 3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압수수색에 실패한 특검팀 관계자들이 차량에 탑승, 철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