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사실상 마지막 단계인 대통령 대면조사가 끝내 무산 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수사 기간 만료를 닷새를 남겨둔 23일 현재까지도 여전히 대통령 측과 대면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대면조사와 관련해서는 마지막 날까지 가능하다면 진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으나, 현재까지 특별한 사안이 없다"면서 "상호 간에 협의와 조율을 진행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 특검팀은 이날도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검팀은 변호인단과 대통령을 비공개로 조사하고, 조사 완료 후 시간과 장소 등 수사 사항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7일 특정 언론에서 일정과 장소가 보도되자 9일 예정된 대면조사를 거부한다고 특검팀에 통보했다. 이후 특검팀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조처하겠다고 하면서도 이 사안을 신중하게 다뤄 왔다.
특검팀은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 제기된 뇌물, 직권남용 등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구속되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다수의 청와대 관계자가 기소된 만큼 대면조사 없이도 박 대통령의 혐의를 확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 기간이 만료되면 특검팀은 박 대통령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수사 종료 시점에 그때까지 혐의에 대해 법률상 조건부 기소중지, 자세히는 시한부 형태로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건부 기소중지는 박 대통령의 임기 종료 등 불기소 특권이 소멸할 때까지 기소를 유보하는 것이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수사 기간 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은 16일 특검팀이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상대로 낸 청와대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불승인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이 특검보는 "항고는 안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다만 압수수색영장의 최종 유효기간이 28일까지이므로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검팀은 비선 진료 의혹에 대해 막바지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이날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소재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이 행정관은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해 검문검색 없이 최씨가 청와대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비선 진료 의혹과 관련해 20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 행정관의 신병도 확보해 조사한 이후 특검팀은 김상만 원장과 김영재 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할 방침이다. 김상만 원장과 김영재 원장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위증하고, 이 행정관은 불출석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체포영장의 유효기한이 도래한 것에 따라 곧 재청구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20일 이화여대 입시와 학사 관리 과정에서의 업무방해 혐의로 정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정씨는 지난달 2일 덴마크에서 체포돼 범죄인인도청구 재판을 받고 있으며, 덴마크 법원은 다음달 22일까지 구금 연장 결정을 내렸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48시간 비상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특검 연장이 인쇄된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