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국민의당의 대선 경선룰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종 합의될 현장투표 비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장투표 반영 비율이 절반 이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대선주자들이 당내 조직 다지기에 한층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천정배 전 대표 측 대리인이 지난 5일 회동을 하고 최고위원회의도 열어 경선룰 확정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최종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당 경선룰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이용호 의원이 ‘현장투표 75%, 여론조사 25%’를 중재안으로 제시했지만 안 전 대표 측은 현장투표 40%·여론조사 30%·공론조사 30% 안을, 손 전 대표 측은 현장투표 80%·숙의배심원제 20% 안을 각각 최종안이라고 못 박으면서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결국 경선룰 협상 시한은 오는 8일까지 연기됐다.
현재 양측 간의 가장 큰 쟁점은 현장투표 비율이다. 안 전 대표 측에서는 현장투표 비율을 높일 경우 역선택 우려가 있다며 이 비중을 낮추거나 역선택 가능성을 막을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조직 선거로 흐르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안 전 대표 측의 조직 열세는 지난 1월 당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바 있다.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안 전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채이배 의원과 김현옥 전 부산시당위원장 등이 낙선했다. 대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호남 의원들의 지원을 얻은 후보들이 승리했다.
당 지도부는 6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8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고위가 개입해 경선룰을 결정하기로 했다. 양측의 합의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기존 중재안이 최종 경선룰로 선택될 수 있다. 이용호 의원도 이날 “후보들 간의 새로운 합의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중재안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재안대로 한다면 현장투표 비중을 최소로 잡아도 절반 이상이 되는 셈이다.
현장투표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심과 민심을 동시에 잡기 위한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날 강원 춘천시의회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와 기자간담회에 나란히 참석해 표심쟁탈전을 벌였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대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회의 전까지 당 지도부 일정에 거리를 두며 독자 행보를 걸어왔다.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는 ‘강대강’의 경선룰 논의 대치 분위기와는 다르게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선고 이후에는 통합과 화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강원도 민심에 호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양측이 합의한 경선룰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인 천 전 대표는 이날 강원 일정에 동행하지 않고 전남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공사를 찾아 호남 표밭을 다졌다.
6일 강원 춘천시의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손학규 전 대표(왼쪽부터), 박지원 대표, 안철수 전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춘천=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