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의 정치학)②학자들이 보는 연정논의의 '허와 실'

"여소야대서 불가피하고 시대정신에도 맞아"…"현실성·구체성 없어 정략적" 비판도

입력 : 2017-03-08 오후 4:21:53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19대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대연정’과 ‘야권연합정부’ 등 다양한 연합정부(연정)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학자들은 논의의 적절성은 일정부분 인정하는 중이다. 다만 선거 이후 현실성에 대해서는 일부 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대통령제 하에서의 연정 논의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갈렸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연정은 의원내각제에서 다수결로 이기지 못했을 때 타 당과 협의를 통해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제에서는 안맞는 말”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요즘은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선거연합이라는 차원을 좀 더 높이 가져갔을 때 공동정부를 만들 수 있다”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도 “대통령제에서의 연정은 ‘야합’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를 고려했을 때 연정 제안의 긍정적인 면을 평가한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여소야대’다. 단독적으로 집권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어보이지 않는다”며 “현실적으로 봤을 때 연정 제안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정책마다 야당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사안 별로 협상하기에는 곤란한 점을 고려하면 권력을 나누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권력을 타 정파와 공유하고 협치에 나서겠다는 것이 최근 시대정신과 맞다는 주장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얼마 전 내놓은 ‘여야정 협의체’ 상설화 주장을 대연정 제안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내놓고 있는 야권연합정부 주장을 놓고도 군소정당의 요구도 같이 추진하겠다는 의미이자 과거 후보단일화보다는 발전된 연합정치의 모습(김형철 교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연정 논의의 적절성과 현실성을 놓고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갈리는 중이다. 비판의 이유 중 하나로 연정 논의에 수반되는 내각분할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독일 같은 경우 ‘이 정당과 연정을 하고 어떠한 정책을 공동으로 펴겠다. 이를 위해 자리를 어떤 식으로 나누겠다’는 협약을 구체적으로 쓴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연정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지 않는 점을 고려했을 때,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향후 연정협상 진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문제, 세월호 특별법 등 정당 별로 다양한 정책견해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후보 차원의 연정 제안이 이후 자신이 속한 당과의 마찰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이준한 교수는 “안 지사의 경우 대통령 당선 시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는 식의 입장이라면 다른 당과의 협치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당 내부에서 논란이 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타 당과의 연대 때문에 오히려 당이 붕괴될 수 있다고 내다보는 학자도 있다.
 
현재 제기되는 연정 주장들이 대선정국 속 전략·전술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형철 교수는 “자체적으로 국민동의를 거친 내용이라고 판단한 걸 내밀어도 그들(자유한국당)이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조성대 교수도 “주장의 대의는 알겠지만 연정은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며 “안 지사의 경우 어떤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정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각 후보들의 연정론도 다 이런 식”이라고 말했다.
 
연정 주장을 “표를 얻기 위한 정략”이라고 단언하는 학자도 있다. 한 대학교수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국회 동의 없이 4대강 사업 등 각종 정책을 폈다”며 “대통령령이나 시행령만 가지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비판하는 것으로, 결국 지금 대선후보들의 연정 제안은 외연확대 수단에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주요 후보들의 연정 제안도 현재까지는 구체성이 떨어져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내각분할 등 인적구성에 대한 이야기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당과 협의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도 총리 인준권과 내각 구성권이 국회에 주어지지만 이는 국회 합의에 따라 달라진다는 수준이다. 이재명 시장의 ‘야권공동정부’ 제안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진전은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왼쪽부터)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 이준한 인천대 교수, 조성대 한신대 교수.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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