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지난 2014년 문을 연 세종시 어진어린이집은 개원 3년도 안 돼 보육교사가 모두 바뀌었다. 2일 현재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보육교사는 12명. 이 중 1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보육교사는 4명뿐이다. 민간어린이집과 비교해 근무환경이 좋은 국·공립도 상황이 이렇다.
보육교사의 초임은 월 160만원 수준이다. 근속연수가 쌓이면 1호봉에 월급이 6만원(세후) 정도 오른다. 반면 업무강도는 지나칠 정도로 높다. 보육교사 1인당 5~20명의 아이를 돌봐야 한다. 업무 자체가 고될뿐더러 휴식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1인당 월 22만원(3~5세) 수준(올해)인 정부 지원으로는 1인당 유아수를 줄이거나 보조교사를 구하기도 어렵다.
보육교사 김민주씨(가명)는 “혹시 아이들만 놓고 자리를 비우면 사고가 생길까봐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며 “휴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쉬고 싶다, 한계가 왔다는 생각이 일찍 온다. 그래서 보육교사들은 이직률이 높고, 어린이집은 오래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역할이 비슷한 유치원을 보면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 김씨는 “유치원 교사들은 우리보다 초임 호봉이 높고, 1시가 지나면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업무는 사실상 끝난다”며 “휴식이라든가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보육·교육에 부모들이 과도하게 개입하지만 않는다면 스트레스라도 덜겠지만, 현실은 그렇지도 못 하다. 보육교사들이 급한 전화를 받으러 잠시 교실 밖으로 나가는 것, 아이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장난감이나 집기를 발로 밀어 치우는 것도 일부 부모들에게는 눈에 가시다.
반대로 육아 책임을 전적으로 어린이집에 떠넘기는 부모도 있다. 다른 보육교사 박정숙씨(가명)는 “간혹 아이들 가방을 확인하면 일주일 전 양말이 그대로 있는 경우가 있다. 며칠째 가정통신문을 안 꺼낸 경우는 흔하다”며 “부모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던져놓고 알아서 키우란 식이다. 그런 부모는 아이한테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모든 책임을 어린이집에 따진다”고 하소연했다.
종종 8시가 넘어서도 어린이집에 남아있는 아이를 볼 때면 박씨는 한숨만 나온다. 그는 “유치원엔 1시만 돼도 아이를 찾으러 가면서 어린이집엔 8~9시까지 안 오는 부모들이 있다”며 “보육교사의 퇴근도, 정해진 하원시간도 신경 안 쓰는 것 같다. 그냥 어린이집은 아이를 하루 종일 맡겨둬도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진어린이집의 남희숙 원장은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는 어린이집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은 정부가 아닌 어린이집이다. 정부가 현장의 여건을 고려하지도 않고 실시한 정책들이 어린이집으로 하여금 법을 지키지 못 하도록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세종시 어진어립이집 원생들이 한국교원대학교 유아교육원 유아환경교육관에서 멸종위기동물을 소재로 한 인형극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