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거래처 직원과의 3차 회식 자리로 간 노래방에서 나온 후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다 넘어져 머리를 다친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진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회식은 원고가 회사의 업무총괄이사로서 거래처 담당자를 만나 업무협의와 접대를 하려는 목적에서 비롯한 것으로서 업무수행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며 "회식 모두 거래처의 직원이 동석했을 뿐 아니라 회식이 마무리될 때까지 참석자에 변동이 없었고, 호프집과 노래방 비용을 추후 회사에서 업무비용으로 처리해 줬으므로 앞선 회식뿐만 아니라 노래방에서의 회식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원고는 노래방에서의 회식 직후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상태에서 거래처 담당자의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다 넘어져 머리를 다친 것이므로 원고가 모임의 정상적인 경로를 일탈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산재보험법의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씨는 지난 2013년 3월29일 오후 6시45분쯤부터 동료 직원 1명과 거래처인 B사 직원을 만나 막걸릿집, 호프집, 노래방 순서로 회식하고, 다음날 오전 12시20분쯤 노래방에서 나와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던 중 넘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해 외상성 양쪽 경막하출혈 등 진단을 받았다. 진씨는 그해 4월11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신청을 했지만, "3차 노래방과 노래방에서 나온 이후는 사적 영역"이란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이 사고가 업무상 사고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처분은 적법하다"면서 진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노래방에서의 비용을 추후 업무비용으로 처리해 줬다는 사정만으로 노래방에서 접대부를 불러 유흥한 행위를 출장에 당연히 또는 통상 수반되는 범위 내의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거래처와 업무협의나 접대 후 귀가를 위한 교통수단을 제공하거나 귀가에 관한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았으므로 출장업무는 노래방에서 나온 무렵 종료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