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칼럼에서 말한 바 있지만 부모의 양육태도는 자폐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자폐증의 호전과 악화에 부모의 양육태도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잘못된 양육태도가 자폐증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자폐증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폐증이 아닌 일반아동들에게도 부모의 잘못된 양육태도는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줄 수 있다. 가정 내 심리적 상처가 왜곡된 심리 정서 상태를 만들 수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같은 방식으로 자폐증 아동 역시 부모로부터 심리적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자폐증 아동들에게는 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자폐증 아동들은 자신의 감정과 정서를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 훨씬 더 예만한 감정체계를 가지고 있다.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두려움에 민감하며 이는 비대해진 편도체를 통해서 확인된다. 단지 두려움뿐이 아니다. 자신의 경험에서 형성된 감정체계에 대한 기억과 집착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부모의 잘못된 양육태도는 자폐아동들에게 끔직한 기억으로 기록된다, 그 결과 타인과의 소통에 더욱 두려움을 가지게 되며 사회적 고립을 강화시키는 선택을 하게 된다.
특히 자폐증 아동들에게 부모는 일반아동과 비교할 때 더욱 특별한 존재다. 사회적 관계형성이 어려운 자폐증 아동들 대부분이 초보적이나마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대상이 바로 부모다. 타인과의 관계형성은 어려운 일이다. 유일하게 신뢰하며 교류할 대상인 부모로부터 정서적인 거부가 형성된다면 자폐증 아동들에게 사회적인 탈출구는 존재할 수 없다. 심리적인 상처를 풀어줄 대상도 방법도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잘못된 양육태도는 자폐아동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치료가 잘 진행되던 자폐아동이 급작스레 퇴행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엄마가 동생을 낳기 위하여 입원한 이후에는 호전되었던 눈맞춤이 퇴행하는 경우가 흔하다.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이 증가하는 경우 급격하게 상동행동이 증가하는 경우도 흔히 관찰된다. 그 과정이 단기간이라면 이내 회복하여 문제가 안 되지만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퇴행의 고착화로 이어진다.
가장 흔하게 저질러지는 오류는 강압적인 훈육을 반복하는 가정환경이다. 자폐 아동들의 행동양식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사회통념에 비추어 잘못된 행동으로 규정하여 강제적인 훈육을 반복하는 부모들이 많다. 자폐증에 나타나는 상동행동이나 자기자극현상은 훈육으로 호전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잘못된 훈육이 강압적으로 반복된다면 자폐아동에게는 아동학대에 준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어떤 아이들이든 모두 부모의 애정과 관심, 지지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폐증 아동들에게는 더더욱 절실하며 필수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방병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 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 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현) 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