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해명' 검찰의 오지랖, '봐주기 의혹' 증폭

"오해다, 사실 아니다" 반복…"최선 다 했다" 자평 무색
특검 영장 혐의 일부 제외 기소…"특검이 틀렸다" 지적도

입력 : 2017-04-18 오전 2:55: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6개월 동안 진행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수사가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소로 사실상 종결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마지막 고지였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석연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직권남용 등 8개 혐의를 적용해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처가 회사 ‘정강’ 비리와 변호사 시절 수임비리 등 개인비리는 공소장에 넣지 않았다. ‘정강’ 비리와 관련해 우 전 수석의 처와 장모를 배임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을 뿐이다.
 
특히 1시간 10분간 진행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30분 넘게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 중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 공을 들여 설명했다. 노 차장은 검찰을 가리켜 '우병우 사단'이라는 국민적 비판에 작심한 듯 “오늘 설명 안 하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설명한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우 전 수석을 변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등 역풍이 일고 있다. 노 차장은 검찰 특수본 공보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노 차장은 우선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에 대해 “우 전 수석이 변호사로 근무할 때 ‘정강’계좌를 이용해 변호사 수임료를 받는 방법으로 거액을 탈세하고 횡령 등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혐의를 기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면죄부 아니냐는 보도가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조사를 얼마나 엄정히 했는지 설명했다.
 
"우병우, 변호사 수임사건 100% 신고"
 
노 차장에 따르면, 검찰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전담팀 편성 ▲참고인 60명 조사 ▲청와대 압수수색(임의제출) ▲계좌추적 전문 수사팀 편성해 우 전 수석과 ‘정강’ 계좌 추적 ▲변호사 수임 내용 전수 조사 ▲정강에 송금한 자문사 조사 ▲부동산펀드운용사 조사 ▲우 전 수석의 집사로 불리는 인물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노 차장은 “이처럼 광범위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우 전 수석의 수임 사건을 조사해 본 결과 수임료 관련 소득세 탈세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100%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이 수임 사건을 100% 신고했다는 설명은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 징계결과와 배치된다. 대한변협은 지난 1월 우 전 수석에 대해 “소속지방변호사회에 수임사건의 건수 및 수임액 보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1000만원의 징계를 결정했다. 대한변협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징계결과를 통지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징계처분은 지난 3월14일 확정됐다. 우 전 수석 스스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한변협 관계자에 따르면 수임사건 미신고는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엄연한 변호사법 위반 사항이다. 노 차장의 “수임사건 100% 신고” 발언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하더라도 대한변협 징계처분과 모순된다. 징계를 받은 후 신고했다고 해도 노 차장의 발언은 우 전 수석을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개인비리 혐의, 4개월 전 수사 결과 그대로 인용
 
노 차장은 처가 회사 ‘정강’과 관련한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우 전 수석의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이 4개월 전 내놓은 수사결과를 그대로 인용했다. 특별수사팀은 ‘정강’ 비리 수사결과 우 전 수석의 처가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회사 카드와 차량을 개인용도로 사용해 회사에 1억6000만원 가량을 사용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로 우 전 수석의 처를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 노 차장은 또 ‘정강’ 계좌에 M사로부터 입금된 거액의 자금에 대해서도 “‘정강’이 자문사로부터 소개를 받고 부동산펀드에 50억원을 투자했다가 수익금으로 받은 것”이라면서 “뇌물 여부를 확인해봤지만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12월26일 최종 브리핑을 하면서 수사 결과에 대해 스스로도 민망하다고 말했다.
 
특검팀 수사가 가장 집중된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중 특검팀이 지목한 5개 혐의를 제외한 이유에 대해서도 노 차장은 설명했다. 그는 “특검에서 사건을 받고 나서 보완 수사하고 법리를 검토한 결과 특검은 범죄 사실이 완결된 채 청구한 것이 아니다”라며 “물론 활동기한이 있다 보니까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검찰이 보완수사를 한 결과 일부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오늘 공소사실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외교부 공무원 인사조치 ▲공정거래위원회 간부 표적감찰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 인사개입 ▲문체부 공무원 불법감찰 ▲민정수석실을 이용한 민간인 세평 수집(불법사찰) 등을 구속영장 청구 당시 피의사실로 적시했다.
 
이 중 ‘문체부 공무원 불법감찰’은 피해자인 전 문체부 감사담당관 백승필씨가 언론을 통해 폭로한 것으로, 특검팀에서도 백씨를 불러 조사하고 혐의를 확인한 사건이다. 민정수석실에서 문체부 공무원 2명을 감찰한 뒤 징계할 것을 지시했지만 감찰 결과 징계할 정도의 비위가 없자 백씨가 ‘업무 배제’ 조치를 했는데, 민정수석실이 이를 빌미로 백씨를 소환해 강압적으로 조사했다는 것이 얼개다. 백씨는 민정수석실이 감찰과 징계를 지시한 것은 해당 공무원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유력 언론사 간부의 청탁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체부 공무원 징계, 자체적 조치였다" 
 
노 차장은 그러나 “조사해 보니 감찰 지시가 민정수석실에서 나온 것은 맞지만 감찰 지시는 (민정수석실)업무에 포함되는 사항이다. 확인해보니까 문체부 직원에 대한 징계가 자체로 이뤄진 조치였다. (해당 공무원의)비위가 인정돼서 징계 처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검에서는 구속영장에 우 전 수석과 친분이 있는 언론사 간부가 (징계를) 청탁한 것 아니냐는 내용으로 기재됐지만 보완수사를 해보니 친분 관계를 인정할 단서가 전혀 없다”고 강조하면서 “전제 자체가 틀린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가장 민감한 사안인 ‘세월호 사건 수사팀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노 차장은 우 전 수석의 무혐의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세월호 참사 당시 검경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대진 부장검사(현 부산지검 2차장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청와대와 해경 간 전화 통화 녹음파일을 꼭 압수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노 차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우 전 수석이 그때 전화해서 부정적 의견을 표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왜냐하면 해경에서는 열심히 수사하는데 압수수색한다니까 반발,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기관간 갈등이 있는 상태에서 논란을 사전 차단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우 전 수석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세월호 사건 수사팀 외압’ 의혹은 특검팀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수사팀이 실제로 해경 통화 녹음파일을 압수수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라는 엄중한 사건을 수사하는 데 있어서 검·경간 갈등 논란 차단을 위해 청와대가 현장 수사팀에 수사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를 전했다는 주장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검찰청과 경찰청 등에 주무부서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 신분이었다. 엄연히 민정수석이 있는데 민정비서관이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수사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우 전 수석은 윤 팀장의 서울대 법대 1년 선배이자 사법연수원 6기 선배이다. 검사도 우 전 수석이 6년 먼저 임용돼 두 사람은 특수한 관계에 있었다. 노 차장은 그러나 “결론적으로 세월호 수사팀이 충분한 수사가 됐다”고 우 전 수석을 감쌌다.
 
"세월호 수사팀, 충분히 수사했다"
 
승객들을 제때 구하지 않아 참사를 더 키운 해경 123정장을 기소하기 전 법무부가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못하도록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했고, 그 배후에 우 전 수석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에도 노 전 차장은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는 “당시 법무부와 대검, 수사팀 사이에 (과실치사에 대한) 법리와 증거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같다”며 “수사팀은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전례가 없어 법무부는 판례와 해외사례를 검토했다”고 말했다. 노 차장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는 증언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수사팀 의견대로 과실치사로 기소했고 유죄가 확정됐다”고 말해 법무부의 개입과 청와대의 입김이 없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노 차장은 끝으로 “우 전 수석 관련 사건은 오해도 있고, 의혹도 제기됐지만 어떻게 보면 검찰이 명예를 걸고 철저히 수사해 엄벌하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했다”며 “봐주고 말고, 살살 하자는 것이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팀이 30명이 넘는다. 봐주고 하면 세상에 비밀이 있나. 없다.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더 이상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법정에서 잘 대처 하겠다”며 우 전 수석에 대한 ‘제식구 감싸기’,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을 거듭 경계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후 법정을 나서면서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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