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비, 한계 노출…10주년 아이폰은 고도화된 AI로 무장

입력 : 2017-04-20 오후 4:55:06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갤럭시S8'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갤럭시S8의 ‘빅스비(Bixby)’가 자칫 10주년 아이폰을 돋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 예상 밖의 혹평이 나와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애플은 아이폰8 비장의 무기로 인공지능(AI) 서비스 ‘시리(Siri)’의 전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기념비적인 아이폰 제작에 한창이다. 이를 위해 최근 감정인식 AI 스타트업 이모션트, 빅데이터 스타트업 튜플점프, 머신러닝 스타트업 튜리, 스마트폰용 AI 기술 스타트업 퍼셉티오, 음성인식 기술 스타트업 보컬IQ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머신러닝 전문가도 영입했다. 아이폰8이 AI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AI 기술을 보면, 아이폰8은 딥러닝과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감성상태를 유추하는 AI 서비스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지난해 말 개인간 채팅에 직접 참여해 명령을 수행하는 AI 기술 특허도 출원했다. 따라서 대화 중에 사용 가능한 음성인식 가상비서 기술 구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플의 인공지능 기반 음성비서 시리는 이미 2011년부터 상용화돼 방대한 사용자 정보와 사용 패턴을 모아왔다. 애플은 오는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새로운 운영체제 iOS11을 공개하고, 업그레이드된 시리를 선보일 전망이다. 시리에 i메시지, i클라우드와의 연계 기능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갤럭시S8은 빅스비로 인공지능 이슈는 선점했지만, 공개 이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체험 과정에서 음성인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음성서비스 탑재가 지연됐다. 내달 1일부터는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 사물인식 기능도 인식률이 높지 않다는 사용자들의 불평이 있다. 또 안드로이드7.0으로 구동하는 갤럭시S8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할 수 있어 중복기능이 된다. 구글이 축적해온 대량의 데이터를 고려하면 어시스턴트가 낫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특히 빅스비는 아직 한국어밖에 지원하지 못해 글로벌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 영어 버전은 5월 중에야 출시될 전망이다. 이에 비해 시리는 인공지능 음성비서 중에서는 가장 많은 21개의 언어를 담고 있다. 영어도 미국, 영국, 호주 영어가, 미국 영어 중에서도 9개의 방언이 남녀 각각의 목소리로 지원된다.
 
결국 이번에도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지 못한 채 출시를 서둘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갤럭시노트7 발화의 악몽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프트웨어는 삼성전자의 고질적 약점”이라고 혹평했다. 폰아레나는 “빅스비가 초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빠르게 포기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을 의식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빅스비는 이제 걸음마를 떼는 단계이기 때문에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며 뒤늦게 양해를 구했다.
 
삼성전자는 시리나 어시스턴트 등의 방대한 데이터량에 한참 밀리기 때문에 후발주자로서 서둘러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향후 다양한 디바이스를 취급하는 강점을 살려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차기 스마트워치를 비롯해 연내 냉장고에도 빅스비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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