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정치 지망생이 국회의원 선거일 1년 전에 자신의 명함 300장을 지역구 내 차량 앞유리에 끼워 자신을 알린 행위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사전선거운동 및 기부행위)로 기소된 박모(53)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명함 배포 활동은 선거일에서 멀리 떨어진 약1년 전에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에, 피고인이 향후 어떤 선거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명함의 내용이나 배부 과정에서 명시적으로 앞으로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부탁하는 행위도 없었다"며 "선거인의 관점에서 피고인의 당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를 쉽게 추단할 수 있을 만한 객관적 사정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사정들을 모두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명함을 배부하면서 자신의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명함을 배부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다른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사전선거운동을 인정한 원심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2010년 6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시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첫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년 후에는 19대 총선에, 그 2년 후에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각각 국회의원과 시의원으로 무소속 출마했으나 역시 고배를 마셨다. 일정비율 득표는 했지만 당선될 정도의 인지도가 없다는 것이 패인이었다.
이후 박씨는 2015년 12월 20대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후보등록 전인 같은 해 4월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앞 유리에 자신의 경력과 ‘제가 정치인이 되면 세상이 바뀐다’는 내용을 기재한 명함 300장을 꽂았다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됐다. 그해 10월 ‘경찰 창설 70주년 기념 음악회’를 알리는 홍보용 현수막 2개를 구입해 자신의 화물차에 설치한 뒤 경찰 행사를 홍보한 혐의(기부행위)도 받았다.
1, 2심은 박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양형인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박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