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개표과정에서 투표 결과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시민들이 낸 제18대 대통령 선거 무효확인소송이 각하됐다. 소송 제기 4년여 만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은 27일 힌모씨 등 시민 6600여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낸 18대 대선 무효확인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 임기가 만료됨으로써 선거무효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게 돼 소를 각하한 대법원 선례 등을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결정으로 파면됨으로써, 원고들이 더 이상 18대 대선의 무효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게 됐다”며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해 각하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한씨 등은 “개표에 사용된 전자개표기가 불법장비에 해당하고, 그에 의해 개표가 이루어진 만큼 18대 대선은 부정선거로서 원천무효”라고 주장하며 선거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이번 선고에 대해 대법원이 그동안 정권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상 선거무효소송은 대법원 단심으로,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4년이 지난 상황에서야 선고가 나왔다. 각하 이유도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이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대법원 측은 “선거법 처리기간 조항은 의무가 아닌 권고규정”이라며 “심리 중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실제로 이번 소송은 2013년 9월26일 첫 변론기일이 잡혔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요청으로 기일이 연장된 뒤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대법원이 조속한 심리 진행을 위한 협조를 선관위 측에 촉구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것을 두고 여러 지적이 제기돼 왔었다.
이재화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애초 소송이 접수된 때부터 심리할 의사가 없었다고 본다"며 "최대한 미뤄서 각하를 할 생각이었다가 마침 파면이 됐으니 결정한 것 같다. 일종의 직무유기다. 무책임하다. "고 비판했다.
이 전 위원장은 공직선거법상 선거관련 소송 처리 기한을 권고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률의 해석 권한은 법원에게 있지만 입법의 취지가 신속히 분쟁을 종결하라는 것인데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은 입법권자에 대한 월권행위"라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014년 4월 김모씨 등 3명이 낸 8대 대선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도 제소기간을 넘어 소송을 제기했다며 각하 결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통령선거 및 국회의원선거의 효력에 관해 이의가 있는 선거인·정당 또는 후보자는 선거일부터 30일 이내에 당해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을 피고로 대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하지만, 원고들은 선거일로부터 1년 이상 경과한 뒤 제기됐다“며 ”제소기간을 넘어 제기된 소로서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이 확정된 2012년 12월19일 밤 여의도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