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 일자리 공약이다. 향후 5년간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 사회서비스 일자리 34만개, 노동시간 단축 및 간접고용 노동자 직접고용을 통한 일자리 30만개 등 공공부문 주도로 81만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문 당선인이 공약한 전체 공공부문 일자리 중 실제 창출되는 일자리는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64만개는 민간부문 일자리를 공공부문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일자리를 공공부문 정규직으로 흡수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추가 소요되는 예산은 연간 5조2000억원 정도에 그친다. 이는 다른 공약들과 비교해 실현 가능성이 높은 이유기도 하다.
새 정부는 우선 올해 하반기 공무원 채용 규모를 예정보다 1만2000명을 늘리고, 향후 5년간 연 3만4000명씩 추가 채용할 방침이다. 추가 채용 직종은 소방관,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교사, 경찰관, 부사관, 근로감독관 등 국민 안전과 치안, 복지와 직결되는 분야다.
이들 직종은 조직 확대에 대한 타 부처의 저항과 부정적 여론이 상대적으로 덜한 분야다. 소방관, 경찰관, 근로감독관의 경우 수요와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고질적인 격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임금체불 사건 등을 처리하는 근로감독관에 대해선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지속적인 증원 요청이 있었지만 정원은 수년간 정체돼 있다.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또한 ‘찾아가는 복지’를 목표로 한 복지 허브화 사업으로 확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인력 충원은 미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연간 4조2000억원씩 5년간 21억원을 추가 투입할 경우 공무원 17만4000명을 추가 채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64만개는 공공부문 전환형 일자리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은 사회복지, 보육, 요양, 장애인 복지, 공공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민간기관을 국·공립 형태로 돌리는 방식이다. 사회서비스를 공급하는 민관기관에 대해서는 기존에도 정부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에 추가 비용은 5년간 4조8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문 당선인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일자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민간어린이집도 보육교사 급여 등은 다 국고로 지원돼왔기 때문에 국·공립 위탁에 따른 추가 비용은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부문에서 민간의 일자리를 흡수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노동시간 단축, 간접고용 노동자 직접고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추가 비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의 모범사례는 2013년 도입된 시간선택제다. 줄어든 노동시간에 비례해 임금이 감소함에도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고 고용안정이 보장돼 수요가 높다. 다만 공공부문이라 하더라도 비교적 노동시간이 일정한 기관·직무에만 활용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 직접고용은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방식이다. 직급체계 조정, 호봉 적용에 따라 인건비가 늘지만 기존 용역계약에 따른 운영비 등이 사라져 추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고용부 직업상담원 공무원 전환, 지난해 국회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 등의 선례가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는 11만5475명,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31만6858명이다.
다만 민간부문 일자리 대책은 상대적으로 추상적이다. 새 정부는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민간부문 일자리 50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실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선 실증적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시간을 얼마만큼 줄였을 때 그 시간에 몇 명이 일할 수 있다고 계산한 수준”이라며 “해외 사례를 봐도 대부분 매크로데이터 분석이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이 발견되지 않은 데다, 짧은 시간을 분석한 것이라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 당선인이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내놓은 청년고용의무 할당제 확산도 현실성이 높지 않다.
1998년 벨기에에서 시행된 청년실업 대책인 로제타플랜도 기업에 청년고용의무를 할당하는 방식이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1996년 22.6%였던 청년실업률이 2000년 17.5%까지 하락했으나 2003년에는 로제타플랜 도입 이전 수준인 21.8%로 돌아갔다. 특히 신규 창출된 일자리의 대부분이 단기간 및 단시간 일자리였다는 지적도 있다. 문 대표가 공약한 청년고용의무 할당제도 공공기관에만 적용되는 할당률을 민간기업까지 적용(3~5%)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무엇보다 민간부문의 채용을 정부가 강제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다.
재계 관계자는 “할당률을 공공부문에 적용하는 데 대해서도 위헌 의견이 많은데 민간부문에까지 확대하겠다는 건 명백하게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오히려 장년층에 대한 역차별 우려가 있고, 기업들이 할당률을 채울 목적으로 질 낮은 일자리만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이란 게 시장 상황에 맞게 가는 거지 얼마만큼 뽑으라고 강제하는 건 과도한 제약”이라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산업기술 유망기업 채용·창업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