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강화…재벌도 스튜어드십 코드 수용

입력 : 2017-05-22 오후 4:42:11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주주권을 강화한다. 향후 재벌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재계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까지는 감수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은 이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용역 기간은 오는 10월쯤 완료된다. 후속절차를 거쳐 연내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업무 과부화, 재무적투자 목적 이상의 활동 여부 등 쟁점이 있는 기관과 달리 국민연금의 도입 가능성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주주권 행사 강화를 내세웠고, 금융위원회가 인센티브를 약속하는 등 현 정부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750여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고, 5% 이상 지분보유 기업만 350여개에 달해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국민연금이 11.04%의 대주주로서 대표이사 선임 등에도 관여하고 있다. 일반 기업에 대해선 원칙상 공적기금 운용 범위가 재무적투자로 국한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지침에 따라 활동 영역이 늘어날 수 있다. 이를 통해 총수일가의 부당한 지배력과 편법 상속, 사외이사 임면 등 경영권 남용을 견제할 역할이 부각된다. 특히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 찬성 의혹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결정적 계기가 된 점을 감안하면, 추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커다란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삼성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포기했지만 이건희 회장의 지분 상속 문제와 순환출자 해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다른 대기업들도 내부 통제·감시기능의 부실을 드러내 외부주주들이 나서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 당장 내년 주총부터 이사 선임 안건 등에 대한 국민연금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특히 재단 출연과 연관된 이사회 구성원이 재선임 안건에 오를 경우 표적이 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은 재산적·비재산적 손해를 야기한 임원들에게 책임을 묻거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회사에 요구하고, 사후조치 책임이 있는 감사위원회 이사들의 책임 문제도 따져야 한다”면서 “삼성물산 합병을 지원해 비난을 받는 국민연금이 누구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재계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경영 자율성이 침해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감수해야 할 대목으로 보고 있다. 상법 개정안 입법화에 반대하는 대신 스튜어드십 코드를 양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기관투자자들이 자기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 외부 감시기능이 늘어나면 대응해야 할 게 많긴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까지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냐고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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