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아우 더워 죽겠네. 그만 가자.”
25일 낮 12시 50분쯤 남대문에서 만리동 방면으로 서울로7017을 걷던 20대 여성이 목 뒤로 따가운 햇볕이 쏟아지자 한 손으로 땀을 닦으며 일행을 붙잡아 세웠다. 손마다 하나씩 음료를 들고 있던 나머지 일행은 새로 생긴 보행길이 신기한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연신 찍었지만, 덥다는 친구의 연이은 만류에 결국 남대문 방면으로 발길을 돌렸다.
개장 1주일만에 방문객 50만명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서울로7017이 밤보다 낮에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낮 시간 초여름 더위에 방문객들이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면서 더위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개장한 서울로7017은 20~21일 주말에만 25만명이 방문했으며, 평일에도 일평균 5만명이 찾으면서 이날까지 45만명(추정), 26일에는 5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근 빌딩과 연결된 덕분에 직장인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전후로는 시간당 8000명이 꾸준히 찾고 있다. 야경이 예쁘다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야간조명이 켜지는 오후 8시 전후로도 개장 초기 시간당 3000명에서 24일엔 5000명으로 늘어났지만 아직 낮 시간 인기엔 못 미친다.
문제는 더위다. 이미 서울 낮 최고기온이 지난 24일에는 28도까지 올랐으며, 올 여름은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최고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폭염도 늘어날 전망이다. 25일 낮, 서울로7017의 주 진입로 중 하나인 서울역광장 진입로는 아직 공사 중으로 엘레베이터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다른 진입로와 달리 서울역광장은 고령자 등 보행약자들이 많이 찾는 진입로이지만, 보행약자를 포함한 방문객들은 폭 1~2m의 좁은 계단으로 어깨를 부딪히며 17m 높이를 올라가는 모습이다. 몇몇 어르신은 엘레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자 멀리 떨어진 다른 진입로까지 이동하는 것을 포기하고 아예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서울로7017 위에 올라 온다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1km 가량되는 서울로7017 전체에 10개 남짓되는 원형 그늘막이 설치됐지만, 이 중 절반 가량은 그늘 역할을 할 가림막이 걷어져 원형틀만 남겨져 있다. 방문객들은 그늘막을 이용하지 못하자 양산을 쓰거나 손, 전단지, 부채 등으로 얼굴을 가리며 햇볕을 피하곤 했다. 화분들도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해 그늘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전요원조차 일부는 더위를 참지 못하고 건물이나 화분 그늘에 비켜 서서 근무하고 있다.
서울로7017 곳곳마다 마련돼 식음료를 먹으며 쉬어갈 수 있는 편의시설도 아직 냉방이 완전하지 않다.에어컨이 아직 제기능을 못하는 탓인지 에어컨을 제일 세게 가동해도 정작 매장엔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으며, 일부는 에어컨조차 가동하지 않아 ‘찜통’ 느낌을 연출했다.
시 관계자는 “서울역광장 엘레베이터는 파출소 공사랑 같이 하다보니 조금 늦어졌으며 늦어도 주말부터는 이용 가능하다”며 “그늘막도 더 물량을 확보하는 중이며 편의시설 냉방을 포함한 전반적인 더위 대책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25일 낮 12시50분쯤 시민들이 서울로7017을 걷는 가운데 그늘막이 원형틀만 남겨져 기능을 못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