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간질) 환자들의 경우 증세가 미미하여 항경련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는데도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소아뇌전증은 양성적인 경과를 보여도 항경련제 복용을 지시하는 경우가 많아 약물남용의 성찰이 요구된다.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증상이 미약한대도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이유를 물으면 경련이 뇌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라 답한다. 특히 어린 뇌전증 환아는 인지기능이 저하될 것이라는 공포감이 가득한 상태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추적해보면 대부분 담당의사가 경련이 반복되면 뇌손상이 되고 인지저하가 될 것이라며 약을 꼭 복용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의사들이 그렇게 티칭을 해서 그런지 인터넷 환우회 카페에서도 경련을 하면 뇌손상과 인지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공포감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간질의 대부분은 지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임상간질학- 대한간질학회). 즉 대부분의 소아간질에서는 경련이 반복되어도 뇌손상이나 인지저하가 일어나지 않는다.
영아연축이나 레녹스가스토증후군, 그리고 측두엽간질과 같이 특수한 뇌전증 증후군에서는 지능저하나 인지저하 경향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질환에 항경련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인지저하가 막아진다는 증거도 없다.
특수한 뇌전증이 아닌 대부분의 뇌전증은 인지저하 증세를 유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라면 특수한 경우에만 환자나 보호자에게 그 위험성을 경고해주면 된다. 일반 환자에게는 오히려 인지저하의 위험이 없음을 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야만 환자와 보호자는 경련이 주는 공포감에서 벗어나 생활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모든 환자에게 경련중첩증이 되면 인지저하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고지되는 듯하다. 이는 과학적이지 못하다. 일반적인 뇌전증에서 급작스레 경련중첩증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희박한 확률을 부풀려 공포를 조성하는 것은 옳은 진료방식이 아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시 한번 명확히 하자. 대부분의 소아간질에서 뇌손상은 진행되지 않는다. 불필요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