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기자] 부산의 한 소규모 플랜트 기자재 업체가 대우조선해양의 일방적 납품 거절로 폐업 위기에 몰렸다. 대우조선은 선주가 해당 기자재 사용 불가를 통보해 납품을 거절했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업체는 이번 일로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대우조선해양과 플랜트 기자재 업체 키스트(KIST) 등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해 10월 육상 원유생산 플랜트 건조 사업인 TCO프로젝트에 사용할 기자재 '그레이팅 고정핀' 납품 계약을 맺었다. 그레이팅 고정핀은 선박이나 플랜트 등에 사용되는 나사 종류로, 외국 제품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스트는 지난 2015년 그레이팅 고정핀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다.
양사가 맺은 계약 물량은 나사의 고정 강도가 다른 30H와 50H 각각 15만세트, 1만5000세트 등 모두 16만5000세트다. 납품 기한은 지난 4월까지며, 금액으로는 11억8890억원 규모다.
플랜트 기자재 업체 키스트(KIST)가 대우조선해양에 납품하려던 '그레이팅 고정핀'이 창고에 쌓여 있다. 사진/키스트
그러나 이달 초 키스트는 대우조선으로부터 TCO프로젝트 주문주가 키스트의 기자재 사용을 거부했다며 납품 거부 통보를 받았다. 키스트 관계자는 "본 계약을 맺기 전 대우조선과 선주 측에 그레이팅 고정핀 사용을 승인받아 생산에 들어갔던 만큼 납품 거부는 이해가 안 된다"며 "다른 회사에 납품한 실적이 없는 해당 제품이 다른 프로젝트에서 안전사고를 일으켰다고 언급하는 등 허위사실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해 10월 맺은 계약은 1차 발주 물량으로 TCO프로젝트에 필요한 전체 물량 120만세트를 납품할 예정이었다"며 "현재 40만세트도 미리 생산해 놓은 상태로, 필요한 자재 계약을 한 점 등을 계산하면 1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도 기자재 국산화를 위해 키스트의 그레이팅 고정핀을 선주에 추천하고, 사용 승인을 받았던 만큼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키스트 제품의 사용을 선주에 사전 승인 받았지만, 납품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거절했다"며 "기자재 국산화를 위해 신규 업체 발굴에 나섰던 만큼 어떻게든 이 제품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최종적으로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선주와 보상 절차와 방법 등을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