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이번 ‘회화록’ 6·7권이 어둠의 시기에 나도 순응과 타협을 거부하는 쪽에 섰다는 증거는 되어 주리라 본다. 나아가 희망과 모색의 기록이기를 바란다.”
창비 명예편집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79)가 지난 10년간 가졌던 좌담, 대담, 토론, 인터뷰 등을 묶은 ‘백낙청 회화록 6·7권’을 출간했다. 2007년 펴낸 3000여쪽 분량의 ‘백낙청 회화록 1~5권’ 후속작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가시화되던 시점까지 ‘반전과 재반전’의 기록을 담았다.
책에서 백 명예교수는 정치, 사회, 문화계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인사들을 만났다. 시인 고은부터 정치인 이해찬·김종인·윤여준, 방송인 김미화·김제동, 송호근, 유시민, 진중권 등 보수·진보를 망라한 지식인 등이다.
6권은 이명박 정권 5년간 민주주의의 퇴보, 남북관계 등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천안함사건 이후 5·24 조치로 전면 중단되는 남북교류의 모습을 그는 1987년 체제의 말기적 국면에서 비롯된 현상이라 해석한다.
“이건(5·24조치)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만을 뒤엎은 게 아니다. (중략) 남북관계의 발전과 맞물려 진행되어온 한국 민주주의를 다 뒤엎을 수 있는 엄청난 행위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시민 참여를 강조하는 한반도식 통일, 복지를 내세운 민주개혁 등을 골자로 한 ‘2013년 체제’를 제시한다. 그러나 당시 범야권 원로 모임에서 활동하던 그의 제안은 19대 총선에서의 새누리당 과반의석 확보,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 등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7권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정부가 촛불시위에 직면하기까지의 서사를 다뤘다. 그 흐름 속에 2013년, 시대적 전환을 이루지 못했던 백 교수의 고뇌와 국민 권한을 우선에 두는 사회로의 전환 모색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는 후기에서 “변혁적 중도주의, 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의 이중과제, 남북연합 단계를 경과하는 한반도식 통일 등 여러 주제가 이 대화에 등장하고 6,7권을 통해 거듭 거론된다”며 “지난 10년, 나아가 ‘회고록’ 전체가 망라하는 지난 50년을 살아온 동시대인이라면 고충의 실감만은 공유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이번 회화록도 ‘새 세상 만들기’를 주제로 끝난다”며 “앞으로 갈 길도 결코 가깝거나 쉬운 길은 아니지만 선생의 지혜가 그 길을 더 밝고 더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