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휴대폰 사용주기가 지난해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주기가 길어지고 있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 이는 갤럭시노트7의 단종 여파로 추정된다. 보다 근본 원인은 제조사가 배터리 교체를 어렵도록 만든 데 있다고 환경단체는 주장한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제조사들이 오래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들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제조사들이 기기를 의도적으로 수리 및 관리가 어렵도록 해 수명을 짧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특히 기기 수명을 단축시키는 방법 중 하나로 ‘일체형 배터리’를 꼽았다. 이통3사는 7일 갤럭시노트7 부품을 재활용한 갤럭시노트FE(Ran Edition)를 출시한다. 애초에 배터리만 쉽게 교체할 수 있었어도 단종사태는 피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계 평균적으로 스마트폰의 사용주기는 길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KW)이 미국, 중국,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7개국 소비자를 분석한 결과, 미국인 평균 스마트폰 사용주기는 2013년 20.5개월이었지만 2014년 20.9개월, 2015년 21.6개월, 지난해 22.7개월로 늘어났다. 4년 사이 2.2개월이 길어졌다. 이런 현상은 여타 국가들도 비슷했다. 사용주기가 길어진 데는 기술 상향 평준화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품 성능이 비슷해지면서 구형폰으로도 불편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는 이유다.
반면, 국내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휴대폰 평균 사용주기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18개월에서 2015년 19개월로 늘었다가 지난해 18개월로 다시 단축됐다. 휴대폰 유형별 점유율을 보면, 2014년 55.9%였던 LTE스마트폰(LTE-A포함)이 2015년 71.9%, 2016년 81.1%로 커졌다. 고사양 휴대폰 사용자가 많아진 것은 글로벌 흐름대로지만 사용주기는 그와 달리 짧아진 것이다. 2015년부터 삼성전자 갤럭시폰의 배터리 교체가 어려워진 것이 유의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2015년 4월 출시된 갤럭시S6부터 플래그십 라인업은 배터리 일체형이 됐다. 국내 시장의 절반을 넘는 갤럭시폰의 점유율을 고려하면 그린피스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그린피스는 어느 제품이 수리가 쉬워 환경 영향도 적은지, 분해 수리 전문 글로벌 업체인 아이픽스잇과 지난 2년간 판매된 스마트기기를 분석했다. 페어폰F2와 LG의 G4, G5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용자 친화적 모듈 방식을 채택했고 교체용 부품 및 수리 설명서를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더불어 배터리가 맨손으로도 쉽게 분리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G5에서 쉽게 배터리 교환이 가능했던 슬라이드 방식이 후속 모델인 G6에서 사라진 것은 아쉬움으로 지목됐다. 삼성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디스플레이를 훼손하지 않고 후면 강화 유리를 수리하기 어렵다는 점이 반영됐다. 또한 강력한 접착제와 접합된 후면 패널이 배터리 교체 과정을 어렵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분해 용이성과 수리 편의성은 수리비용을 좌우해 제품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리가 가능하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노력은 환경에도 긍정적이다. 전자제품의 생산은 원재료 채굴부터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생산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많은 자원이 들어간 스마트 기기는 매년 폐기물량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