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이영복 ㈜엘시티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허남식 전 부산시장(현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부(재판장 심현욱)는 7일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허 전 시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3000만원, 허 전 시장의 측근 이모씨에게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3000만원,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사실을 허 전 시장에게 보고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들은 적어도 묵시적으로 이 3000만원 수수로 인한 정치자금법 위반 범행과 뇌물수수 범행을 공모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결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이 허 전 시장에게 3000만원을 교부할 목적으로 이씨에게 3000만원을 건네줬다'는 부분은 이 회장과 이씨의 진술이 서로 일치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만 이씨가 허 전 시장에게 보고했는지에 관한 직접증거로 유일한 이씨 진술의 신빙성 여부가 매우 중요한데, 이씨는 검찰 제2회 피의자신문에서 이 회장과 대질한 이후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3000만원 수수사실을 허 전 시장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하고 있고, 이와 같이 보고한 이유에 관한 진술도 설득력이 있다"며 "이씨가 뇌물죄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로 진술할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나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부산광역시 산하 공공기관의 인사에 관해 허 전 시장의 추천을 받기 위해 자신이 허 전 시장의 부산시장 선거운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수시로 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같은 선상에서 이 회장으로부터 이 사건 3000만원이란 거액을 수수해 이를 허 전 시장의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사용한다는 사실을 허 전 시장에게 표시 또는 보고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논리와 경험칙에도 부합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와 같은 사실과 사정, 공모에 관한 법리를 종합하면 이 회장은 허 전 시장에게 교부하기 위해 3000만원을 이씨에게 전달한 것이고, 이후 이씨가 허 전 시장에게 '이영복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사실'을 보고하면서 이 돈을 선거운동을 위해 자신이 사용하겠다고 말했으며, 허 전 시장이 이를 인지하고 용인했음을 알 수 있다"며 허 전 시장과 이씨가 이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사용한 범행에 공모 관계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허 전 시장에 대해 "이 사건 범행은 허 전 시장이 이씨로부터 3000만원 수수사실을 보고받고도 이를 반환하라는 지시를 하기는커녕 이씨가 이 3000만원을 허 전 시장의 선거운동에 사용하는 것을 알면서 이를 묵인 내지 용인한 범행으로서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허 전 시장이 초범인 점, 적극적으로 이씨에게 선거자금의 모금을 지시하거나 직접 이 회장에게 선거자금을 요구한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허 전 시장의 방어권 보장 등을 감안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허 전 시장과 이씨는 이 회장에게 3000만원을 받는 등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04년부터 허 전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비공식 언론 참모로 선거운동을 한 이씨는 2010년 부산시장 선거를 앞둔 그해 5월 엘시티 사업을 추진하는 이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후 이를 허 전 시장에게 보고하면서 부산시장 선거 홍보비용 등에 사용하겠다고 말했고, 허 전 시장은 이를 승낙한 것으로 조사됐다.
엘시티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허남식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20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부산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