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개봉된 스노든이라는 영화가 있다. 몇 일전 천재 해커인 스노든이 뇌전증 환자로 나오는 이 영화를 주의 깊게 보았다. 이 영화는 미국 CIA와 NSA(미 국가안보국)의 정보 분석원인 스노든이 미국정부가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하는 것을 폭로한 영화다.
스노든은 극심한 스트레스나 과로가 겹치면 일하는 중에도 대발작을 반복하는 환자였다. 의사는 트리렙탈을 처방하는데 주인공 스노든은 임의로 복용을 거부하게 된다. 연인과 의사가 항경련제 복용을 강력하게 권유하지만 스노든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난 너무도 중요한 프로젝트 일을 새로 하고 있어. 그런데 트리렙탈을 먹으면 멍해지면서 도저히 작업을 제대로 해낼 수 가 없어. 프로그램을 하는 일이 나에겐 너무 중요해. 트리렙탈을 먹는 한 내 작업은 제대로 될 수가 없어”
모든 항경련제는 정도 차이지만 인지력 저하, 기억력 감퇴의 부작용이 동반된다. 고도의 지적활동이자 창조적인 작업을 진행하는 프로그래머에게 항경련제의 부작용은 치명적이다. 두뇌활동이 적은 육체활동이나 단순 작업의 반복이라면 항경련제의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그러나 스노든 같이 천재적인 분석력과 논리력이 요구되는 해커에게 항경련제의 인지저하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공부가 시급한 어린이나 청소년기 학생들에게는 되도록 항경련제를 피할 것을 권유한다. 결국 스노든은 트리렙탈 복용을 거부하고 경련을 하면서 프로그램 작업을 해간다.
스노든에게 항경련제 복용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의사의 멘트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주요 멘트는 항경련제를 먹지 않으면 더 심해진다거나 뇌손상이 된다는 근거 없는 위협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영화 속 의사는 스노든에게 운전하다가 경련을 하게 되면 사고위험이 너무 크다며 안정을 위해서 먹어야한다고 설득한다. 결국 항경련제의 사용목적은 경련시 발생하는 사고위험을 방지하는 것이다. 치료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경련시 부상위험이 크다면 항경련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부상위험이 거의 없는 부분발작이나 수면 중 경련이라면 항경련제는 불필요한 약이다.
스노든은 항경련제 복용을 거부하고, 그 대신 동거하는 연인이 운전을 대신 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항경련제를 먹느니 운전을 포기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용감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무조건 먹어야 한다거나 무조건 먹으면 안된다는 논리는 과학적인 주장이 아니다. 뇌전증 환자에게 진실로 중요한 것은 개인별로 합리적인 대책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