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자폐증·아스퍼거증후군이 농담과 거짓말을 잘 못하는 이유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입력 : 2017-06-28 오전 9:24:51
필자가 함께했던 경증 자폐증으로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을 받은 아동은 9월에도 가로수가 녹색으로 낙엽지지 않은 것을 매우 이해하기 힘들어 했다. 9~11월은 가을이고 가을에는 단풍이 들고 낙엽지기 시작해야 하는데도 푸른 플라타너스 잎이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65세 할머니가 머리가 검은색인 것도 동일한 이유로 힘들어 했다. 규칙적인 패턴으로 세상을 인식하니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 아이가 성장해 중학생이 될 무렵,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농담을 하는 것을 보고 아이 부모와 함께 매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자폐증이나 아스퍼거증후군 아동에게 농담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사람들의 공감을 유도할만한 농담은 정말 어려운 영역이다.
 
이처럼 기계적인 규칙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이해하기 힘들어 한다. 사람들의 관계를 관통하는 미묘한 감정변화나 화용적인 사회적 의미들은 절대 기계적이지 않다. 다분히 역사적이며 문화적인 맥락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감정 흐름을 읽는 습관이 가능할 때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흐름을 포착할 수 있다.
 
농담이란 사회적, 문화적인 전통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유머코드를 반영한다. 내가 어떤 말을 하면 상대방은 어떤 반응과 생각이 나올 것이라는 것이 고도로 계산된 사회적 의사소통방법이 농담이다. 그러므로 자폐스펙트럼장애인에게 농담이란 매우 이해하기 힘들다.
 
비슷한 이유로 자폐증, 아스퍼거증후군 아동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지 못한다. 사과란 자기 행동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를 성찰하는 능력과 상대방의 마음이 어떻게 하면 좋아지는지를 이해하는 종합적인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은 사과를 해야 할 정도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느껴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기에 그냥 입을 닫아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을 이해 못하는 부모나 선생님들은 더욱 화가 나는 상황이 종종 연출되기도 한다.
 
거짓말 역시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속을지를 잘 이해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효과적인 거짓말이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간혹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누구나 거짓말인지 알 수 있는 뻔한 거짓말만 할 뿐이다.
 
이런 것을 종합해 보았을 때, 사기꾼이나 영화배우, 개그맨은 자폐적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가지기 어려운 직업 영역이 아닌가 싶다. 정상인 듯 보여도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기계적으로 세상을 인식하여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아스퍼거증후군을 강력하게 의심해 봐야 한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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