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유서 대필 조작 사건으로 복역한 후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강기훈씨에 대해 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판결에 대해 국가가 항소를 포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된 강씨와 가족의 유서 대필 관련 국가배상청구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국가는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돼 이에 따라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존중하고, 분쟁의 조기 종식을 통한 신속한 권리구제 등을 고려해 항소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재심 무죄 선고로 인한 유사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적정하고 신중한 상소권 행사를 통해 신속한 피해 보상과 인권 강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재판장 김춘호)는 6일 강씨 등이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강씨에게 5억2900여만원, 부모와 가족 등에게 1억5600여만원 등 총 6억85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 등은 필적 감정에 있어서 기본적 원칙도 지키지 않은 위법을 저질렀다"며 국가와 당시 필적을 감정한 김모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문서분석실장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강씨는 잘못된 필적 감정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구금된 후 풀려났고, 석방된 이후에도 후유증으로 사회생활에서 많은 지장을 입었다"며 "인적사항 등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등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수사검사인 강모 전 부장검사 등에 대해서는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불법 행위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 등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강씨는 1991년 7월 김기설씨의 유서 대필 등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후 1994년 8월 만기 출소했다. 하지만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7년 11월 김씨가 유서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결정하면서 강씨는 2008년 5월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2015년 5월 무죄를 확정했다. 이에 강씨 등은 그해 3월 수사 과정에서의 위법 행위로 유죄를 선고받아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면서 31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