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고용부가 일자리 정책을 주도해야 하겠다”고 강조한 건 역설적으로 그동안 주무부처인 고용부가 일자리 정책을 주도해오지 못 했음을 의미한다.
이전 정권, 특히 박근혜 정권에서 고용부는 그야말로 병풍 부처나 다름없었다. 기획재정부가 짜놓은 일정에 따라 정책 기조를 세우고 각종 대책을 수립했다. 그나마도 고용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 등 굵직한 대책들을 만들면 기재부가 ‘관계부처 합동’이라는 명분 아래 발표를 대신했다. 그때마다 고용부 장·차관은 경제부총리 혹은 기재부 차관의 들러리를 섰다.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기획재정부로 통합된 이후 기재부는 경제부처뿐 아니라 사실상 전 부처의 정책과 살림을 좌지우지했다. 중장기계획 수립과 예산 편성 외에 세제와 경제정책, 정책조정 권한이 모두 한 부처에 쏠린 결과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엔 ‘근혜노믹스’가 아닌 ‘초이노믹스’란 말이 등장할 만큼 기재부의 힘이 막강해졌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처가 기재부의 소속·산하기관 신세가 됐지만, 특히나 고용부의 자존심이 많이 구겨졌다. 기재부가 근로기준법상 절차를 무시하고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및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행할 때 고용부는 이를 뒷받침할 지침을 만들어 발표했다. 노동법을 집행하고 이행 여부를 감독하는 기관이 기재부의 위법행위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장관에게도 실권은 없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노동개혁 5법’은 ‘노동개혁 4법’으로 바뀌었다.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고용부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제는 다른 이유로 고용부가 기를 못 펴고 있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일자리위원회가 사실상 고용부의 상급기관으로 군림하면서 고용부는 일자리 정책의 주무부처가 아닌 실부무서가 돼버렸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고용부의 역할이 실무부서 수준에 머문다면 앞으로도 일자리 정책을 비롯한 고용노동 정책은 정치논리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 내에서 입지가 좁아질수록 민간에 대한 감독기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김 장관의 취임사처럼 이제는 고용부가 고용노동 정책 주무부처로서 위상을 회복할 때다. 높아진 기관의 위상은 소속 공무원들의 열정과 책임감을 북돋고, 이는 곧 좋은 정책으로 이어진다.
김지영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