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건설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적정공사비…임기내 해결"

"적정공사비 받지 못하는 중소건설사 경영악화 심각"
"SOC투자는 고용·공간복지…지속적인 투자 확대 반드시 필요"

입력 : 2017-08-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사진)은 현 건설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 현실성 없는 적정공사비 문제를 꼽는다. 유 회장은 "적정공사비를 보장해 주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는 장기간에 걸쳐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적정공사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3월 취임한 유 회장은 건업업계를 대변해 적정공사비 확보를 임기 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현재 공공공사 중 300억원 이상 규모의 공사는 종합심사낙찰제와 기술형 입찰제를, 300억원 미만 규모의 공사는 적격 심사낙찰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적격심사제의 낙찰률은 공사 규모에 따라 80.0~87.8%, 종합심사낙찰제 낙찰률은 평균 79.1%에 그친다. 이에 유 회장은 현재 공공공사 입찰제도의 낙찰률을 현행 대비 10%포인트 상향한 90%로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유 회장을 만나 건설업계가 처한 상황과 미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건설경기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한마디로 많이 안타까운 상황이다. 최근 2년간 민간주택시장 호황으로 건설경기가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주택사업을 하는 업체에 한정된 것이다. 공공공사만 하는 중소 건설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10년간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예산절감 등을 이유로 공공공사의 공사비 선정과정에서 공사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낮게 책정된 공사금액에다가 80% 내지 87.8%의 낙착률을 또 한번 적용한다. 제도적으로 낙찰률이 고정돼 있고, 그 낙찰률은 17년 전부터 쓰고 있다.
 
발주기관이 공사비를 잘못 산정해도 건설업체는 이의제기조차 할 수 없다. '공사금액 산정'에 대해서는 이의신청 제도 자체가 없다. 더구나 최근 몇 년간 SOC 투자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 결과 주로 공공공사만 하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현재보다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적정공사비 문제를 임기 내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적정공사비가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건설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다. 특히 공공공사의 경우 수익은커녕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공사비 때문에 공공시설물의 품질이 떨어지고 각종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높아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물론 그 피해는 장기간에 걸쳐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건설기업의 경영악화는 건설업과 연관된 다양한 분야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하도급자·자재장비업자·건설근로자와 부동산·이사·청소업체·주변식당 등 비교적 취약계층의 소득감소로 이어진다. 건설기업이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4차 산업혁명 대응은 기대할 수 없다. 해외시장 진출이 위축되는 등 건설산업의 경쟁력 기반이 취약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추진하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 정책은 건설산업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정부는 적정공사비를 제대로 주지도 않으면서, 건설업체에는 근로자에게 적정임금을 지급하라고 하고 공공공사 입찰제도 고용 확대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정공사비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정부가 건설사에 취약계층 일자리와 정규직 채용 확대 등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기 위한 출발점은 바로 공공부문의 공사비 정상화라고 본다. 이에 지난 5월 건설협회를 포함한 17개 건설단체로 구성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국회 그리고 소관부처에 '공공건설 공사비 정상화'를 내용으로 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공공공사비 부족실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이에 건설협회는 연구기관에 의뢰해 공사비 부족실태와 개선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업계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호소할 계획이다.
 
 
정부의 SOC 투자 축소 방침에 건설업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2018년 보건·복지·고용 부문 예산을 올해보다 11.6% 증가한 141.1조원으로 편성한 반면, SOC 예산안은 올해(22.1조원)보다 15.5% 축소한 18.7조원으로 편성해 SOC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SOC 투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도로, 교량 등 인프라시설이 이미 충분히 구축돼 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로교통 등 인프라 수준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하위에 속하는 등 각종 인프라 구축 지표상 SOC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영국과 네덜란드 등 한국과 유사한 크기의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이들 국가보다 수송 부하가 2~3배 높은 수준이다. 수송 부하지수가 높을수록 교통사고 및 대기오염이 증가하면서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인프라시설은 단순히 건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교통·생활 편의제공을 통해 국민에게 보편적 공간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SOC 투자가 국민복지 향상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SOC 투자를 1조원 축소하면 직·간접적으로 전체 산업 생산은 2조2250억원 줄어든다. 일자리는 1만4000여개 감소하는 등 약 0.06%포인트의 경제성장률 하락 효과를 야기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SOC 투자 축소는 서민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일자리 창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SOC 투자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SOC투자가 고용·공간복지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건설산업이 안전하고 편리한 국토 조성 및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SOC 투자를 국민복지라는 긍정적 시각으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가
 
SOC 투자는 국민복지 향상에 직결된다. SOC 투자를 단순히 대규모 단일 토목 공사가 아닌 국민생활 편의를 제고하고 안전한 기본생활 공간을 확충하는 개념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협회는 SOC 투자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해 언론기고 및 세미나, 토론회 등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건설업계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현재 4차 산업혁명이 건설산업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앞으로 건설업체들이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분석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주거·도시 등 모든 생활공간을 '초연결'하고, 인프라시설에 지능정보기술을 접목하며, 건설현장의 무인화·자동화를 촉진시키는 등 건설산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건설업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건설산업의 구체적인 미래로드맵 마련을 통한 글로벌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건설산업 경쟁력 진단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연내 도출 예정인 용역결과를 토대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우리 건설업계가 실행가능한 세부적인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입장차가 클 것 같은데, 회원사 간 의견을 모으는 데 어려움은 없는가
 
우선 회사 규모에 관계 없이 모두 한 배를 탄 동료 건설인으로 주택·인프라 물량창출, 각종 규제개선 등 건설산업 발전을 목표로 한 목소리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협회 회원사 중 98%가 중소건설업체다. 그렇다보니 협회의 추진정책 중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 비중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그래서 최근 민간투자사업, 주택, 해외건설 등 대형 건설사를 위한 협회의 정책 추진이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올해 4월 대기업정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기업 회원사와 소통 강화에 힘쓰고 이들의 경영 애로 해소에 함께 노력을 기울이자는 취지다. 지난 6월에 열린 1차 회의에는 30개사 관계자들이 모여 현안을 논의했는데 좋은 의견이 많이 나왔다. 2차 회의는 이달 말로 예정돼 있다.
 
협회 회장은 회원사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결국 업계와 협회 발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대기업·중소기업의 고충을 적극 경청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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