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한 1심이 징역 5년 선고로 끝을 맺었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 법정 싸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항소심에서도 유·무죄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는 지난 25일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뇌물공여·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특검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다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특검의 '판정승'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특검 입장에서 형이 7년이나 깎인 것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5개 혐의 중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만 공소사실이 그대로 인정됐고 나머지 4개 혐의는 혐의 금액 상당수가 줄어든 일부 유죄 취지였다. 특검은 "재판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항소심에서 상식에 부합하는 합당한 중형이 선고되고 일부 무죄 부분이 유죄로 바로 잡힐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담담하게 항소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검은 이번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에게 135억원의 뇌물을 공여하기로 약속한 혐의, 미르·K스포츠재단 204억원 지원 혐의 등을 항소심에서 유죄로 입증하기 위해 무게를 둘 방침이다. 뇌물공여 혐의의 경우 입증되면 횡령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 판단과 연결되는 만큼 염두에 둬야 할 핵심 사안이다. 또 이번 재판부가 특검이 공소 제기한 횡령액(특정경제범죄법 위반) 298억원(80억원만 인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액 78억원(64억원만 인정), 재산국외도피액(특정경제범죄법 위반) 79억원(37억원만 인정)을 그대로 다 인정하지 않은 부분도 신경 써야 한다.
5개 혐의 모두가 유죄 취지 판단이 나온 만큼 삼성 측으로써는 곤혹스럽다. 삼성은 재판 초기부터 시종일관 경영권 승계 등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공여한 게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강요와 협박에 따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승마 지원 이익 등이 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최씨에게 귀속됐으므로 뇌물공여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도 했지만,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를 인정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이 실질적으로 귀속될 것을 필요로 한다거나, 최씨가 뇌물을 받은 게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경제적 관계에 있을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항소심에서도 여전히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 변호인은 재판 직후 "법리판단과 사실 모두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즉시 항소할 것이고 상고심에서는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확신한다. 반드시 무죄 판결을 받겠다. 유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심에서도 법리 공방을 예고했다. 이번에 재판부가 뇌물 공여 부분에서 일부 인정한 '묵시적 청탁' 등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형량과 관련해서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재산국외도피) 혐의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1심 재판부가 특검의 공소사실 금액인 79억원을 전부 인정했다면, 이 부회장은 징역 5년이 아닌 최소 징역 10년 이상에 처해질 수 있었다. 재산국외도피 금액 50억원이 넘으면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이 선고되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79억원 중 37억원만 인정했는데, 이 부분을 놓고 항소심에서 양측의 팽팽한 싸움이 예상된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