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의 1호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의 모습이 29일 공개됐다. 이동동선 최소화, 공공예술 활용 등 승객들의 편의를 배려한 점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단, ‘2량 꼬마열차’인 점을 감안하면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 등에 혼잡 우려는 남아있다.
서울시는 다음달 2일 개통을 앞두고 29일 우이신설선 신설동역, 성신여대입구역, 북한산우이역, 종합관리동 등에서 현장설명회와 시승 행사를 가졌다. 기존에 지하철 소외지역으로 남아있던 서울 강북 일대에 만들어진 우이신설선은 북한산우이역~신설동역 11.4㎞, 13개 역사를 갖췄으며, 성신여대입구역, 보문역, 신설동역에서 1·2·4·6호선으로 환승 가능하다.
우이신설선은 일반적인 전철(중전철)보다 1량당 길이와 폭이 4분의 3 수준인 경전철로 공사비와 관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날 우이신설선에서 느낀 첫 인상은 승객 편의를 우선했다는 점이다. 1호선 신설동역에서 우이신설선으로 진입하려고 환승 게이트를 나오니 1~2분 만에 금세 보문역 방면 승강장에 도착했다.
성신여대입구역, 보문역 등 다른 환승역사도 설계 단계부터 동선을 최소화했으며, 이는 기존 서울지하철에서 환승하려면 1㎞ 내외를 걸어야 하는 것에 비해 놀라운 발전이다. 종착역인 북한산우이역에서 내리자 승강장 끝에서 별도의 중간 이동거리 없이 하차 게이트가 나타났다. 하차 게이트를 나오면 지상으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가 나와 승강장에서 지상까지 1분 남짓 걸릴 뿐이다.
역사 출입구가 지상 보도 위에 설치되면서 보행자 통로를 좁히는 단점을 개선해 솔밭공원역, 4·19민주묘지역, 가오리역, 화계역, 삼양사거리역 등 5개 역사 6개 출입구는 건물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개방감을 높인 부분도 눈에 띄었다.
장애인이나 유모차 동반 승객을 배려해 객실 사이에 문과 턱을 아예 없앴으며, 교통약자 전용 게이트,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를 기존 지하철에 비해 보다 많이 갖췄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불편함을 감내하고 봐야했던 상업광고 대신 공공예술을 전면 배치한 부분도 높이 살 만하다.
‘달리는 미술관’, ‘달리는 도서관’ 등 각각의 주제를 갖고 있는 전동차는 그림과 책을 전동차 속으로 가져왔다. 실제 이날 시승한 달리는 미술관에서는 에픽하이, 다이나믹듀오, 슬리피, 터보 등 다양한 가수들과 박원순 서울시장, 손석희 방송인 등이 승객들을 환영했다. 뿐만 아니라 13개 역사 전체가 상업광고 없이 문화예술 전용공간으로 꾸며져 성신여대입구역, 북한산우이역 등에서 재미난 공공예술 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최근 스크린도어 사고가 끊이지 않은 만큼 스크린도어 안전을 한층 높였으며, 스크린도어 광고판을 없애 비상 시 승객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열차탑승정원이 좌석 48명, 입석 126명 등 총 174명으로 ‘2량 꼬마열차’인 점은 실제 개통 이후 ‘9호선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객실 좌석 폭을 넓히는 등 ‘꼬마열차’ 특유의 비좁은 느낌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지만, 실제 이날 시승한 전동차 안은 취재진 등이 들어서자 금세 가득찼다. 인근 덕성여대, 성신여대 등이 자리해 등하교 시간에 이용객이 몰리고, 주말 북한산 나들이객이 상당한 만큼 하루 13만명(예상)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전동차에 탑승한 시승행사 참가자들도 “2량은 조금 아쉽다”, “출퇴근 시간엔 꽉 차겠는데” 등의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몸집이 과거보다 커진 한국인의 체형 변화를 고려해 객실 좌석 폭을 일반적인 43㎝보다 2㎝ 늘렸다”며 “주말 낮에도 운행간격을 3분으로 좁히는 등 혼잡도를 줄이고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2일 개통을 앞두고 29일 시승행사가 진행된 우이신설선 전동차 내부 모습.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