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TV도 인공지능(AI)을 탑재한다. 끝이 없는 화질 경쟁의 평행선에서 벗어날 새로운 변곡점이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선두권과 비교해 삼성전자, LG전자가 AI 후발주자인 점을 고려하면 이런 흐름은 국내 업계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은 AI 대여 전략으로 추격에 나섰다. 삼성과 LG가 AI에 소홀할 경우 중국과의 격차는 급격히 좁혀질 수도 있다.
소니는 이번 IFA에서 새로운 4K(UHD) OLED TV '브라비아 A1' 77형 모델을 공개했다. 소니의 4K HDR 프로세서 ‘X1 익스트림’을 탑재해 획기적인 시각 경험을 제공한다. 디스플레이를 진동시키는 '어쿠어스틱 서피스’ 기술로 TV 화면에서 바로 사운드를 낼 수도 있다. 이처럼 막강한 TV 성능에 AI까지 더해진다.
소니는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최신 브라비아 TV에 연말까지 구글의 음성인식 비서 ‘어시스턴트’ 기능을 추가로 업데이트한다. 단순 AI 스피커 연동에 그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은 LG전자도 이번 IFA에서 아마존 에코로 시연했다. 소니는 그보다 리모콘에 AI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TV는 음성만으로 오디오나 영상을 재생하거나 최신 뉴스를 확인할 수 있고, 조명 및 기타 Wi-Fi에 연결된 사물인터넷(IoT) 장치들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도시바는 OLED HDR TV 시리즈를 소개하며 향후 아마존 알렉사 탑재 계획을 밝혔다. 바트 쿠이젠 도시바 유럽 마케팅 임원은 IFA 컨퍼런스에서 “손을 사용하지 않는 시청 경험이 차세대 스마트홈 경험의 핵심적 요소가 될 것”이라며 “알렉사 TV는 밀레니얼세대부터 실버세대까지 폭넓은 세대에 이상적이기 때문에 시청경험을 더욱 포괄적이고 사회적인 일로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시바의 OLED TV. 사진 뉴스토마토
무엇보다 중국이 AI TV 개발에 적극적이다. TCL은 TV에 AI 시스템을 적용한 시제품을 이번 IFA에서 선보였다. 스마트홈, 빅데이터, 딥러닝, 음성인식, 얼굴인식, 동작인식 등을 지원한다. TCL은 해당 제품을 아시아에선 올해 안에, 유럽에선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AI도 자체 개발 시스템을 쓴다. TCL 관계자는 “중국에선 바이두, 유럽에선 구글과 협력해 자체 AI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창홍은 자체 AI 시스템 'IPP'를 개발해 이를 탑재한 TV를 이미 시판 중이다. 다만, 구글의 어시스턴트나 아마존의 알렉사, 삼성의 빅스비 수준에는 못 미친다. 창홍은 IPP TV를 이번 IFA에 전시해, 집안 내 여러 전자기기와 연동한 스마트홈 허브 기능을 시연했다. AI는 리모콘에 탑재됐다. 개발 경험을 축적한 창홍이 향후 AI 기술을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스카이워스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TV를 선보였다. 현재 시판 중으로, 다양한 안드로이드 기능을 지원한다. 향후 구글과의 협력을 확대해 어시스턴트를 적용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중국 TCL의 QLED TV. 사진/뉴스토마토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IFA에서 기존 QLED와 OLED 진영 확장에 주력하는 등 여전히 화질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IFA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 QLED TV 라인업을 보강했다. 기존 55·65·75형에 이어 88형을 전시하고 커브드 타입만 있던 Q8시리즈에 플랫 타입을 도입했다. 화질의 디테일을 찾아주는 HDR 기술을 보완한 자체 개발 HDR10 플러스를 차세대 기술로 집중 소개했다. 이번 IFA에는 삼성 외에도 TCL, 하이센스 등이 QLED TV를 전시했다.
LG전자는 유럽의 오디오 명가 B&O와 새롭게 손잡고 OLED TV 진영을 확장했다. 올해 IFA에서 OLED TV를 전시하는 제조사는 13개로 늘어났다. LG전자 홀로 고군분투하던 OLDE 진영이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최대 취약점으로 꼽히던 가격 문제 등도 해결할 길이 열렸다. OLED TV는 픽셀 하나 하나가 자체발광해 LCD TV와는 달리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 완벽한 블랙 표현을 할 수 있어 명암비가 뛰어난 데다, 두께도 얇아 플렉시블 구현에 최적이다. 삼성전자도 '꿈의 TV', '궁극의 TV'로 규정했으나 아직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독일 베를린=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