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국감 '킥오프'…701개 기관 대상 실시

31일까지 여야 대격돌 예고…전직 대통령 등 실세인사 출석 관심

입력 : 2017-10-11 오후 5:16:38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회는 12일부터 오는 31일까지 20일간 701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래 처음 실시되는 것이어서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이명박·박근혜정부 등 보수정권의 국정 운영을 점검하고 이른바 적폐청산의 계기로 삼겠다는 목표다. 반면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라는 점에 주목해 정부·여당의 독주견제와 무능을 심판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여당을 비판하면서 한국당과도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국감에서의 존재감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은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과거 논쟁을 틈타 양당을 싸잡아 비판하며 자신들이 대안정당임을 뽐내려는데 애쓰는 모양새다.
 
현재 이 같은 여야 대치 상황은 공수만 바뀌었을 뿐 4년전 박근혜정부 첫 국감과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2013년 국감도 바로 다음해 2014년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야 대립이 극심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재 문재인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의 60% 이상의 공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석기 사건으로 보수진영 심리도 크게 자극된 상황이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반전이 필요했던 민주당은 박근혜정부를 ‘불통정부, 무능정부, 무책임정부’로 규정하며, 국감에서도 이런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이석기 사건으로 불거진 이념문제를 적극 활용했다. 국가 안보를 위한 국정원의 대북 활동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정원 개혁을 주장하고, 국가기록원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문제 등 안보 문제를 꺼내 들었다.
 
올해 역시 여야는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충돌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국회 운영위 국감은 가장 치열한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여야는 전·현직 청와대 핵심관계자를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박근혜·이명박정부의 청와대 주요 인사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를 통해 지난 9년간의 보수 정권 실정을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박근혜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과 국정원장을 지낸 이병기 전 실장, 삼성의 정유라 지원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현명관 전 마사회장 등을 증인 신청했다.
 
한국당은 현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타깃으로 하고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특히 조국·조현옥 두 수석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청와대 수석들의 국감 참석 여부는 미지수다.
 
전직 대통령들의 국감 출석 여부도 관심거리다. 국회 국방위 소속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발포 명령과 공군전투기 출격 대기명령 여부, 헬기 기총사격 등을 따져 묻기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환노위 증인으로 신청했다. 4대강 사업의 진상과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야가 증인 채택 합의에 진통을 겪고 있어 두 전직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아울러 여야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감에서 전·현 정부의 방송 장악 논란을 두고 정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정상화 등 방송법 개정 논의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사의 파업이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관련 사안에 대한 여야간 의견 대립이 뚜렷하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이명박정부 핵심인사들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가계 통신비 문제 역시 과방위 국감의 핵심 쟁점이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는 20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발의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놓고 팽팽한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이 분리된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완전자급제 도입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국민의당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감의 핵심 쟁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다. 민주당은 당 적폐청산위원회가 공개한 블랙리스트 문건을 중심으로 이명박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교육문화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금까지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이 문체부에 25건 접수됐다”면서 “조사를 확대해 더 내실 있고 깊이 있는 진상 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무위 국감에선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인가·운영 과정에서 특혜의혹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심성훈 케이뱅크 대표는 예비인가 과정에서 금융위가 은행법 시행령 유권해석을 통해 우리은행이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은산분리 완화 문제로 출석한다.
 
국토교통위의 국감 최대 화두는 8.2 대책 등 ‘부동산 정책’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국감이 열리는 기간인 이달 중 가계부채종합대책과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날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집값 급등의 원인 제공자로 다주택자를 지목하고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투기 억제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 등을 놓고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위 국감에선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율 인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형태만 다를 뿐 일반담배와 다름없다며 일반담배의 50~60% 수준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80%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은 정부가 과세 이유로 제시한 유해성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며 전자담배 과세논란을 국감에서도 이어갈 전망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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