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 한모(33·여)씨는 최근 며칠 간 밥을 먹지 않아도 더부룩한 느낌이 있고 아랫배가 딱딱해 병원을 찾았다. 단순 복통이나 소화불량 정도 여겼지만 만성변비 진단을 받았다. 며칠에 한번씩은 많은 양의 변을 봐왔기 때문에 자신이 변비일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배변활동은 우리 몸의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대부분의 경우 배변 시 불편함을 겪더라도 일시적 증상으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변비인지 모른 채 무턱대고 소화제를 복용하거나 변비의 종류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임의로 약을 복용하면 대장의 운동 기능이 떨어져 오히려 만성변비로 진행될 수 있다. 더욱이 요즘 같은 가을철에는 상대적으로 여름보다 대기가 건조한 탓에 몸 속의 수분도 부족해지기 쉬워 변비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줘야 할 때, 잔변감이 있을 때, 딱딱한 변을 볼 때, 배변량이 적을 때 정도에만 자신이 변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배변량이 많고 변을 볼 때 어려움이 없더라도 배변횟수가 주 3회 이하거나 주기가 불규칙하다면 '이완성 변비'를 의심해야 한다.
이완성 변비는 대장의 운동력이 약해져 생기는 것으로, 변이 장 속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부피가 작고 단단한 변이 만들어지지만 흔히 생각하는 변비와 달리 변을 보지 않아도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아랫배 쪽에 딱딱한 것이 만져지거나 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생각해 증상이 심해지기 쉽다.
이러한 증상은 대장이 노화돼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에게 주로 나타나지만 최근에는 다이어트, 스트레스로 인한 배변장애를 겪는 젊은 층에게서도 발생하고 있다. 평소 변비 증상이 있어 장 운동을 인위적으로 촉진하는 변비약(하제)을 오래 복용한 경우에도 이완성 변비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유기원 메디힐병원 부원장은 "변비약은 변의 형상을 부드럽게 하거나 부피를 부풀려 배변을 쉽게 해주므로 항문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는데 도움이 되지만, 변비약에 길들여지면 약 없이는 대장이 운동하지 않아 이완성 변비가 지속돼 만성변비로 진행될 수 있다"며 "만성변비가 계속되면 치질, 직장암, 대장암 등 심각한 대장항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자신의 변비 증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비가 심해질 경우 장 내용물과 장내 세균이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랫배가 늘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고, 증상이 심할 경우 복통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수면장애와 같은 2차적인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와 식이 섬유소 섭취를 통해 대장이 주기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식이 섬유소는 장에 낀 노폐물을 흡착해 대변과 함께 배출되는 것을 돕고 수분을 흡수해 대변의 양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 성인의 경우 하루에 20~30g 정도 충분히 섭취하면 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섬유소 섭취가 갑자기 증가하면 가스, 복통,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서서히 양을 늘려야 한다.
다음으로 잘못된 배변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배변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장 운동이 증가하는 아침잠에서 깬 후와 아침식사 후이므로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배변하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한 대변이 마려운 느낌이 든다면 참지 말고 바로 화장실에 가고 배변시간은 3분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변비 환자는 배변 시, 너무 세게 반복적으로 뒷심을 주게 된다. 항문조직이 아래로 빠지는 치핵이 생기거나, 단단한 변 등으로 항문 주위에 상처가 생기는 치열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유기원 부원장은 "만일 식이요법이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효과가 없다면 다양한 검사를 통해 변비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변비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지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병을 진단하고 약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변량이 많아도 불규칙하거나 배변횟수가 주 3회 이하면 대장 운동력 떨어져 생기는 이완성 변비를 의심해야 한다. 변비를 방치해 만성화되면 복통, 수면장애, 치질 등 2차 질환 유발할 수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