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사이의 '인사 청문회' 발언을 놓고 재정부와 한은 사이가 다시금 삐걱거릴 태세다.
윤 장관은 지난 9일 취임 1주년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정부 관료들도 청문회를 하고 있고 한은 총재라는 자리의 지위와 권한 등을 감안할 때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여느 국무위원들과 달리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임명된다.
불과 1~2개월 근무하다 경질되는 장관들이 수두룩한데 4년이나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는데도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 약간은 묻어났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한은총재의 임무에 비춰볼 때 어느 정도의 검증절차는 필요한 것이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다른 관계자는 "윤 장관 본인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눈물까지 흘려야 했다"며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기를 끄떡 없이 채우는데 대한 약간의 부러움도 있지는 않았겠냐"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담담하게 반응했다. 그는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총재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에 대해 "그전에도 그런 의견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전반적인 국가지배구조하고 연결돼 있는 문제"라며 "의원내각제 지배구조하고 대통령중심제 지배구조하고 좀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나름대로 우리나라의 지배구조가 있다"며 "그래서 전반적인 국가지배구조 속에서 중앙은행 내지 중앙은행 총재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렇게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것인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지 얼핏 들어서는 알 수가 없는 알쏭한 발언이다. 발언의 뉘앙스를 종합해보면 "국가 지배구조에 더 문제 있는 것이지, 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핵심은 아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총재는 "지금 제기돼있는 문제고 직접 당사자이기 때문에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결론은 내고 싶지 않다"고 정리했다.
경제컨트롤 타워와 중앙은행이 사사건건 대립해 보기 민망하다. 안그래도 두 기관은 재정부 차관의 열석발언권 행사로 한달이 넘도록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실업자 121만 시대.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야할 중추들이 너무 한가로운 게 아닌지 곱씹어 볼 일이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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