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알뜰폰 사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LTE 도매대가 협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단말기 자급제는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엇갈려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망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과 지난 8일 망 도매대가 협의를 마쳤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도매대가 비율은 전년 대비 7.2%포인트 인하됐다. 데이터를 300MB~6.5GB 제공하는 구간의 도매대가는 평균 11.7%포인트 내려갔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은 여기에 기본료가 포함돼 사실상 인하폭이 10%포인트에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한 알뜰폰 사업자는 9일 "지난해에는 통신요금 기준으로 도매대가 할인율을 책정했는데 올해는 기본료까지 포함됐다"며 "제대로 도매대가를 내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장 알뜰폰 사업자들은 내년 사업계획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LTE 도매대가가 10%포인트 인하됐다면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LTE 요금제를 더 다양하게 구성할 계획이었지만,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선 사업자는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데, 현재 도매대가 할인율로는 공격적인 요금제를 만들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알뜰폰 관계자는 "이러한 도매대가 할인율이라면 현재 공급 중인 LTE 요금제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까지 말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주요 임원들이 지난 6월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국정기획위 앞에서 도매대가 인하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도입도 알뜰폰에게 타격으로 다가온다. 정부는 월 2만원대의 요금에 데이터 1GB, 음성 200분, 문자 무제한을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를 가계통신비 인하 관련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미 비슷한 요금제가 알뜰폰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동통신 3사도 요금제는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반면 알뜰폰이 찬성하는 단말기 자급제는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요금인하 가능성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이통 3사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지만 정부가 회의적이다. 제조사들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으며 휴대폰 유통망은 강한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 단말기 자급제와 보편요금제 등 통신비 인하 관련 주요 이슈들은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정부와 이통사·제조사·시민단체·이통 관련 단체 등이 모인 사회적 논의기구는 오는 10일 첫 회의를 연다.
지난 2011년 7월 도입된 알뜰폰은 5년 9개월 만에 가입자 700만명(올해 3월 기준)을 돌파했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알뜰폰 사업자들은 총 31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