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재계가 지주전환 및 지주규제 양방향의 개혁 압박을 받는다. 정부가 국회와 발맞춰 재벌개혁 입법 작업에 돌입한다.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등 지주 미전환 그룹의 체제 개편을 재촉하는 동시에 지주체제 그룹들의 총수일가에 집중된 수익구조를 개선, 경제력 집중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관련 입법이 현실화 되면 삼성을 필두로 다수 그룹들의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은 내달 대규모 기업집단의 공익재단 운영 전수조사를 벌인다. 지주회사 수익 실태조사도 병행한다. 공익재단은 지주 미전환 그룹인 삼성이나 현대차 등에서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며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지주회사에 대한 조사 취지는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 배당 외 브랜드 수수료나 계열사에 대한 컨설팅, 건물 임대료가 과도하게 설정돼 지배주주의 수익창구로 이용되는 실태를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다. 결국 미전환 그룹은 순환출자 해소와 금산분리 등의 요구와 더불어 점진적인 지주전환을 유도하고 지주회사 제도도 본래 취지에 맞게 정비하겠다는 쌍방향 규제다.
국회에는 이미 관련된 공정거래법 개정안, 보험업법 개정안 등이 발의돼 있는데, 조사는 이에 대한 입법 근거를 보충하거나 보다 보강된 정부발의를 지원하는 성격이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집단국의 역할은 수집 정보 분석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조기 포착해 엄중제재 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기업 정책에 대한 법 제도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집행하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전수조사는 내년 상반기 중 최종 처리작업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국회도 연말 예산안 처리 등을 거쳐 비슷한 시기 쟁점법안 논의가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2017년~2018년 중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제를 강화하고 2018년까지 금융보험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을 도입해 금산결합의 분리를 유도하는 규제 강화를 추진한다.
일련의 계획을 종합하면, 정부는 계열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 등의 입법에 힘을 모을 것으로 점쳐진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삼성이다. 삼성생명 등 금융보험사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 이슈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까지 삼성전자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는 계획에 따라 일부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리스크가 생긴다. 최근 초대형 투자은행 관련 심의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것과 관련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삼성증권이 단기 금융업 인가에서 탈락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도입되면 이같은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도 30대 그룹의 관련 지분 감소 비율이 평균 2%에 못미치는데 비해 삼성의 경우 3~4%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회사의 의결권 제한까지 겹치면 지배력 약화 이슈로 번질 만한 요소다. 특히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이 53%를 넘어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포기했음에도 삼성물산 지주 전환설이 꺼지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와 공정위가 점진적인 순환출자 해소 방침을 내비치고 있어 현안에 직결된 현대차도 지주전환설이 줄곧 따라붙는 상황이다.
LG가 LG상사를 지주체제에 편입하고 한화와 한진이 각각 일감몰아주기 이슈가 있었던 계열사를 분할 또는 흡수하는 등 규제에 선제 대응해왔던 그룹들도 안심하긴 힘들어 보인다. 지주회사 수익구조 실태조사가 지주 행위제한 규제 입법까지 이어지면 기존 지주회사들 중 상당수는 계열사에 대한 추가 지분매입에 나서야 한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도 갈 길이 멀다. 삼성, 현대차, 효성 등 지주 미전환 그룹이나 지주전환을 고려하는 그룹들도 규제 변화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